우리말 바로 알기

문화재 용어 순화
-건축사(建築史) 용어-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건축사(建築史) 분야의 용어는 문화재 용어 중에서도 일반인에게 생소한 용어가 상당히 많다. 또한 건축학계에서 이미 굳어 버린 용어가 대부분이지만 반드시 용어 순화가 필요한 분야이다. 이미 건축학계나 건설 현장에서 굳어 버린 용어에 대해서는 표준 용어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1) 계자각 난간(鷄子閣欄干):기둥을 닭 벼슬 모양으로 만든 난간. 난간 두겁대를 받치는, 짧고 가느스름한 기둥. 위는 구부정하게 내밀고 덩굴무늬가 새겨져 있음.
(2) 궁륭 천정(穹窿天井):반원 모양으로 둥그렇게 만든 천장.
(3) 격자문(格子門):문살을 바둑판처럼 가로세로가 일정한 간격으로 직각이 되게 짠 문.
(4) 당가(唐家):궁전 안의 옥좌 위나 법당의 불좌 위에 만들어 다는 집 모형.
(5) 보석(步石):마루나 방 앞 댓돌에 놓아서 디디고 오르내릴 수 있게 한 돌.
(6) 홍예문(紅霓門):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문.
(7) 문미(門楣):문이나 창 위에 가로놓여 벽의 무게를 받쳐 주는 구조 요소. 창문 위에 가로 댄 나무.
(8) 부연(婦椽):처마 서까래의 끝에 덧얹는 네모지고 짧은 서까래.

(1)의 ‘계자각 난간’은 그동안 건축학계에서나 건설 현장에서 ‘계자 난간, 닭볏 난간’ 등으로 사용된 용어이다. 2000년 12월 21일에 있었던 국어심의회(이하 ‘국심’이라고 함)에서는 ‘닭벼슬 난간’으로 순화하였다. 다만, 건축학계의 요청으로 건축학계에서는 ‘계자 난간’도 함께 사용토록 하였다.
   (2)의 ‘궁륭 천정’은 반구(半球)나 반 원통 모양의 둥근 천장으로, 그동안 ‘반원 천장, 둥근 천장’으로 순화하여 사용된 용어이다. 국심에서는 ‘반원통 천장’으로 순화하였다.
   (3)의 ‘격자문’은 흔히 ‘격자문, 격자 문창’으로 건축학계에서 사용되고 있었고, 또한 ‘문살문, 살창문’으로 순화한 적도 있다. 국심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용된 ‘살문, 살창’을 쓰도록 하였다.
   (4)의 ‘당가’는 그동안 ‘닷집, 닫집’으로 순화한 적도 있었지만 표기가 통일되지 않았으므로 국심에서는 ‘닫집’으로 표준 용어를 정하였다.
   (5)의 ‘보석’은 이미 ‘디딤돌’로 순화하여 사용하던 용어인데, 국심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고유어 ‘섬돌’도 함께 쓰도록 하였다.
   (6)의 ‘홍예문’은 아치(arch)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아치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 모양이라는 말을 더 널리 사용하고 있으므로 국심에서는 ‘무지개문’으로 순화하였다. 다만, 건축학계에서는 ‘홍예문’도 함께 사용토록 하였다.
   (7)의 ‘문미’는 ‘문지방’을 바라보는 창문 위에 가로 댄 나무를 가리킨다. 그동안 ‘문미, 문인방’으로 통용되던 용어인데,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국심에서는 ‘문상방’으로 순화하였다.
   (8)의 ‘부연’은 처마 끝을 위로 들어 올려 모양이 나게 하는 서까래로, 그동안 ‘며느리서까래’로 순화된 용어이지만, 국심에서는 ‘뜬서까래, 덧서까래’로 순화하였다.

이번 건축사 분야 용어를 순화하면서 알게 된것은 일반인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가 많이 있지만, 건축학계나 건설 현장에서 그 나름대로 순화된 용어를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전문 용어 순화 운동이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이 더 많이 사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