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물멀기’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이 달에 들어 있어서 이를 실감하게 한다. 북한에서도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행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 말을 소개하기로 한다.

가녁’은 ‘일정한 공간의 중심을 벗어난 변두리나 한쪽 모퉁이’를 이른다. “장군님께서 바위에 걸터앉으시자 회의 참가자들도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최진동과 한영권을 비롯한 유격대 지휘관들은 지하혁명조직책임자들을 될수록 장군님 가까이에 앉히려고 마음을 쓰면서 자신들은 가녁에 자리를 잡았다.” <“근거지의 봄”,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214쪽>의 예가 있다.

대틀’은 ‘몸집이 큰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꼭 내가 그려준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중열에게 호성골로 가는 길을 그려준 지질탐사단 단장은 한꺼번에 국수를 세그릇이나 먹는 대틀의 사나이였다. 구리로 부운 듯 얼굴이며 목이며 손잔등까지 거무스름한 그는 청년시절부터 오늘까지 25년간이나 이 일대에서 지질탐사에 종사한 사람이여서 어느 골짜기하나 들고꿰지 않은것이 없었다.” <“먼 길”, 정창윤, 문예출판사, 1983, 321쪽>에서 예가 보인다.

막치기’는 ‘골지어 들어간 지대의 마지막 끝난 곳’이다. “산간오지처처에서 피여오르는 시꺼먼 연기에 간도땅 하늘이 거멓게 흐려진 때가 있었다. 산령을 휩쓰는 불길에 자기들의 활무대를 잃고 로야령산줄기의 깊은 막치기로 쫓겨간 맹수들은 밤이면 먼 인촌의 불빛이 반디불같이 반짝이는것을 내려다보며 복수심에 느침을 흘리면서 하늘이 허물어져내리도록 울어댔다.” <“근거지의 봄”,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12쪽>와 같은 예가 있다.

물멀기’는 ‘큰 물결’을 말한다. “화약에 누기가 차서 불이 달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는수없이 총을 놓고 물가로 되돌아가 높아지는 물멀기를 근심스런 눈길로 바라보며 정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정호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김정호”, 강학태, 문예출판사, 1987, 270쪽>처럼 쓰인다.

-싸다’는 ‘(일부 명사 다음에 쓰이여) ‘답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한번은 떡을 치다가 터쳐버린 그의 작업복 겨드랑이를 자기가 말없이 기워준 일이 있었는데 총각은 남모르는 따뜻한 마음을 이쪽에 안겨주고 가버린듯했다. 알고보니 유호림은 남자싸게 건장한데다 일솜씨는 물론 성미까지도 산매처럼 걸패스러워 나무랄데가 없는 사나이였다.”<“그들의 운명”, 현희균, 문예출판사, 1984, 4쪽>의 예가 있다.

통일이 되어 원산 앞바다에서 동해의 푸른 물멀기를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