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한 두 서술어를 줄여 적을 때
이정미(李正美) /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방언을 조사하고 연구하다’는 말을 흔히 ‘방언을 조사, 연구하다’ 또는 ‘방언을 조사·연구하다’, ‘방언을 조사 연구하다’ 등으로 줄여 간단히 적는 경우가 많다. 줄여 적는 것은 주로, 논문이나 신문 기사 등에서 말을 길게 쓰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자주 쓰이고 있는데, 아직 그 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는 필자가 사전 편찬 작업을 하는 동안 빈번하게 갈등을 느낀 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그동안 다양한 자료를 다루면서 정리한 생각을 간단히 밝히고자 한다.
‘방언을 조사하고 연구하다’는 다음과 같이 두 문장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여기서 (1ㄱ)과 (1ㄴ)은 각각 독립되어 있고 서로 대등한 관계에 있다.
이와 같이 독립적인 두 문장이 나란히 이어진 문장을 줄여 쓰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본래는 (2ㄱ)과 같이 써야 할 것이지만, ‘하다’의 중복을 피해 선행어의 ‘하다’를 생략하고 (2ㄴ)과 같이 쉼표를 찍는 경우가 있고, (2ㄷ)과 같이 가운뎃점을 찍는 경우도 있으며, (2ㄹ)과 같이 문장 부호를 쓰지 않고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2ㄹ)은 명사인 ‘조사’가 ‘연구하다’를 수식하는 모양이 되므로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2ㄷ)은 가장 흔히 쓰이는 방식이기는 문장 부호의 기본 기능을 생각할 때 그리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가운뎃점의 기능 가운데 ‘같은 계열의 단어 사이에 쓰는 경우’의 예로 “경북 방언의 조사·연구”가 있는데 이는 ‘방언을 조사·연구하다’와는 다른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조사·연구하다’의 ‘조사’와 ‘연구하다’를 같은 계열의 단어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2ㄴ)의 경우 역시 (2ㄷ)과 마찬가지로 흔히 쓰이고 있는 방식으로, 가운뎃점 대신에 쉼표를 쓴 것이다. 쉼표의 쓰임 중에 ‘되풀이를 피하기 위하여 한 부분을 줄일 때에 쓰는 경우’가 있는데, (2ㄴ)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방언을 조사하고 연구하다’에서 중복되는 ‘하고’(‘하다’의 활용), ‘하다’ 중 앞의 ‘하고’를 줄여 ‘방언을 조사, 연구하다’로 쓴 것이다. 결국, (2ㄱ)을 줄여 쓸 때에는 (2ㄷ)과 같이 가운뎃점을 찍는 것보다는 (2ㄴ)과 같이 쉼표를 찍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 (2ㄱ)과는 조건이 조금 다르지만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성격이 솔직하고 담백하다’이다. 이것 역시 대등한 관계의 두 문장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줄여 쓰는 방식 역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본래는 (3ㄱ)과 같이 써야 하겠지만, ‘하다’의 중복을 피해 (3ㄴ)과 같이 쉼표를 찍는 경우가 있고, (3ㄷ)과 같이 가운뎃점을 찍는 경우도 있으며, (3ㄹ)과 같이 문장 부호를 쓰지 않고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3ㄹ)은 문장에서 독립적으로 쓰일 수도 없는 ‘솔직’이 ‘담백하다’를 수식하는 모양이 되므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3ㄷ) 역시 가장 흔히 쓰이는 방식이기는 하나 그리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2ㄷ)의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로 (3ㄴ)의 경우 역시 (3ㄷ)과 마찬가지로 흔히 쓰이고 있는 방식인데, (2ㄴ)의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교적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솔직’, ‘담백’이 문장에서 독립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3ㄴ)과 같이 적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아니면 ‘솔직담백하다’를 하나의 단어로 설정하여 붙여 써야 하는데, 이런 부류의 결합어를 모두 단어로 보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또한, (3ㄱ)을 문장 구조 면에서 (2ㄱ)과 상통하는 점이 있으므로 (2ㄴ)에 준하여 (3ㄴ)과 같이 적는 것이 비교적 무난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