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괄호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문장 부호의 마침표, 쉼표, 따옴표에 이어 묶음표[括弧符]에 대해 알아보자. 묶음표에는 소괄호( ( ) ), 중괄호( { } ), 대괄호( [ ] ) 세 가지가 있다. ‘소, 중, 대’라는 구분은 묶는 대상의 크기에 따른 구분인 듯 생각할 수 있지만 문장 부호의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수학에서는 ‘소, 중, 대’라는 구분이 묶는 대상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흔히 ‘괄호’ 하면 소괄호를 많이 떠올리는데, 중괄호는 활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활괄호라 부르기도 하고 대괄호는 각이 져 각괄호라고 부르기도 한다(출판 분야).
   먼저 소괄호에 대한 규정을 보자.

(1) 원어, 연대, 주석, 설명 등을 넣을 적에 쓴다.
커피(coffee)는 기호 식품이다.
3·1 운동(1919)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무정(無情)’은 춘원(6·25 때 납북)의 작품이다.
니체(독일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2) 특히 기호 또는 기호적인 구실을 하는 문자, 단어, 구에 쓴다.
(1) 주어 (ㄱ) 명사 (라) 소리에 관한 것
(3) 빈 자리임을 나타낼 적에 쓴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 )이다.

괄호를 사용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앞말에 붙여 쓰고 괄호 뒤에 조사가 오면 단어처럼 조사는 괄호 뒤에 바로 붙여 쓴다(위의 (1)의 예). 그러나 (2)와 같은 용법으로 사용될 때에는 괄호 뒤에 한 칸을 띄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1)의 ‘무정(無情)’의 예처럼 따옴표 등으로 묶이는 말에 괄호가 이어질 때에는 그 괄호를 그 문장 부호 안에 포함해야 한다. 간혹 원어가 길거나 설명이 길면(아래 (ㄱ)의 예) 괄호를 문장 부호 밖에 하는 것이 보기에 좋은데 그런 예가 아니면 괄호는 문장 부호 안에 포함해야 한다.

(ㄱ) ‘큰사전’(을유문화사, 1947∼1957)은 여섯 권으로 되어 있다.

소괄호는 원어뿐 아니라 (ㄴ)처럼 우리말 발음을 아울러 보일 때에도 쓰이는데 넓게 보면 (1)의 규정에 포함될 수 있다.

(ㄴ) 중국의 ‘陝西省’의 ‘陝(섬)’을 ‘협’으로 잘못 읽는 사람들이 많다.

소괄호는 (ㄷ)처럼 괄호 안의 것이 임의 요소임을 나타낼 때에도 쓴다.

(ㄷ) 상대방을 부를 때 ‘선생(님)’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ㄹ)이나 (ㅁ)처럼 보충 문장이 원래 문장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마침표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데 문장이라는 점에서는 마침표를 써야 하나 여기서 전체 문장이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ㄹ)처럼 마침표를 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ㅁ)처럼 보충 문장이 둘 이상일 때는 뒤 문장과 구분을 지어야 하므로 앞의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ㄹ) 재래식 시골 뒷간이(화장실이란 말은 여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안채와는 떨어진 입구에 있었다.
(ㅁ) 이 논문은 우리나라의 사회 계급을 7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기준 연도는 1980년이다. 현재는 이와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한 지역을 대상으로 할 경우라면 5등급 정도로도 그 지역의 계급 구조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문장 뒤에 괄호를 사용한 보충 문장이 뒤따르는 경우 괄호 안의 문장이 앞 문장과 내용상 긴밀한 관계에 있을 때에는 (ㅂ)처럼 두 문장의 마침표를 묶어 괄호 밖에 하나만 쓰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ㅅ)처럼 마침표를 각각 따로 쓴다.

(ㅂ) 혼인한 부부는 신부의 집에서 살기도 했고 신랑의 집에서 살기도 했다(이는 조선이 시가살이 사회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ㅅ) 이 ‘천자문’은 원래 한 고서 수집가가 수장하고 있던 것인데 그가 이 문고에 기증한 것이라 한다.(이 이야기는 지난해에 이 문고 김 실장이 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