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의 골뱅이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텔레비전 광고 중에 풍선껌에 ‘@’ 표시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골뱅이네.” 하고 말을 하다가 “진짜 골뱅이 ○○○”이라는 말로 끝나는 광고가 있다. 골뱅이 통조림 회사의 광고가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인터넷을 써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통조림 회사의 광고가 아니라 인터넷 회사의 광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의 전자 우편 주소에 들어가는 ‘@’라는 기호를 흔히 ‘골뱅이’라고 읽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전화번호를 묻듯이 전자 우편 주소를 묻는 일이 많다. 얼마 전에 친구가 전자 우편 주소를 묻기에 “제이에이치시 골뱅이…” 하고 말을 했더니 “골뱅이…아! 앳”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앳이라고?” ‘@’가 영어의 ‘at’을 의미하는 말이고 많은 사람들이 ‘앳’이라고 읽는다는 설명이었다.

‘골뱅이’가 널리 알려진 것은 맥줏집에서 ‘골뱅이무침’이 인기 있는 안줏거리가 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골뱅이’가 일상생활에 친숙한 존재가 되면서 컴퓨터 자판에 있는 ‘@’의 이름으로 정착된 것이다. 그런데 ‘골뱅이’는 얼마 전만 해도 표준어로 다루어지지 않던 말이었다. 이전의 국어사전에서 ‘골뱅이’는 모두 방언으로 올라 있었다. 지역에 따라 ‘달팽이’, ‘고동’, ‘다슬기’, ‘소라’, ‘우렁이’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런 까닭에 ‘@’를 표준어인 ‘달팽이’로 읽자는 제안이 있기도 했다.(“새국어소식” 1999년 1월호 참조)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골뱅이’가 널리 쓰이는 언어 현실에 따라 ‘골뱅이’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다음과 같이 뜻풀이하였다.

골뱅이 [명] 연체동물 복족강에 속하는 몸이 타래처럼 꼬인 껍데기 속에 들어 있는 동물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다슬기류, 우렁이류 따위가 있다.

아직까지 컴퓨터 자판의 ‘@’를 ‘골뱅이’라고 한다는 뜻풀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골뱅이’를 표준어로 올림으로써 전자 우편에 쓰이는 ‘@’를 ‘골뱅이’라고 하는 데에 걸림돌은 없어진 셈이다. 이미 제안되었던 ‘달팽이’와 더불어 ‘골뱅이’를 쓸 수 있게 되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골뱅이’를 애용한다면 국어사전에 ‘@’의 이름으로 ‘골뱅이’가 올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골뱅이’와 달팽이가 ‘앳’의 도전을 물리치고 ‘@’의 이름으로 굳어져 모두가 ‘케이아카데미 골뱅이…’처럼 말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인터넷상의 수많은 골뱅이와 달팽이가 정보화를 앞당기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