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은 Deoksugung? Deoksu Palace?


김세중(金世中) / 국립국어연구원

흔히 ‘남산’을 Mt. Nam이라고 표기하는 사례를 본다. ‘한강’을 Han River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이다. Namsan, Hangang라고 하지 않고 Mt. Nam, Han River와 같이 쓰는 이유는 Namsan, Hangang라고 하면 ‘산(山)’, ‘강(江)’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Namsan, Hangang은 소리만 있지 뜻이 없으니 뜻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Mt. Nam, Han River와 같이 적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속리산’이 고유 명사인지, ‘속리’까지만 고유 명사인지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속리산’은 전체가 하나의 고유 명사라는 것이다. 이는 ‘경복궁’, ‘안압지’, ‘첨성대’, ‘석굴암’, ‘동대문’ 등도 마찬가지이다. ‘경복궁’, ‘안압지’, ‘첨성대’, ‘석굴암’, ‘동대문’ 전체가 하나의 고유 명사이지 ‘경복’, ‘안압’, ‘첨성’, ‘석굴’, ‘동대’가 고유 명사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로마자 표기를 할 때에 ‘경복궁’, ‘안압지’, ‘첨성대’, ‘석굴암’, ‘동대문’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지 ‘경복’, ‘안압’, ‘첨성’, ‘석굴’, ‘동대’만을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고 ‘궁’, ‘지’, ‘암’, ‘문’ 부분을 번역해서는 안 된다.

이는 행정 구역명이 포함된 지명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충청북도’도 ‘충청북도’ 전체가 고유 명사이지 ‘충청북’만 고유 명사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Chungcheongbuk-do로 표기해야지 Chungcheongbuk Province로 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구, 시, 군, 읍, 동’ 등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강남구’, ‘익산시’, ‘창녕군’, ‘양평읍’, ‘신사동’은 Gangnam-gu, Iksan-si, Changnyeong-gun, Yangpyeong-eup, Sinsa-dong로 적는 것이 옳다.

그런데 표기 대상의 후반부 요소가 대체로 2음절 이상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원칙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연세대학교’, ‘잠실종합운동장’ 같은 경우에는 후반부 요소인 ‘은행’, ‘대학교’와 ‘종합운동장’이 2음절 이상이어서 ‘은행’, ‘대학교’, ‘종합운동장’을 외국어 단어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후반부 요소가 대체로 2음절 이상일 때에는 워낙 보통 명사로서의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에 고유 명사의 일부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후반부 요소는 로마자 표기법을 적용하지 않고 외국어로 번역한다. 그 결과 ‘한양대학교’는 Hanyang University, ‘잠실종합운동장’은 Jamsil Sports Complex가 된다.

표기 대상의 후반부 요소까지 포함한 전체를 로마자 표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뜻을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남산’이나 ‘한강’의 경우 Namsan, Hangang로 표기하는 것이 맞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Mt. Namsan이라고 하거나 Hangang River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은 괄호를 사용해서 (Mt.) Namsan, Hangang (River)라고도 할 수 있다.

‘덕수궁’이 Deoksu Palace, Deoksugung, Deoksugung Palace 등으로 갖가지로 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덕수궁’ 전체가 하나의 고유 명사이기 때문에 Deoksugung라고 적어야지 Deoksu Palace라고 해서는 안 된다. 상황에 따라서 Deoksugung Palace라고 하는 것은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