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쏘다’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4월이다. 남쪽에서 올라온 꽃 소식은 이제 서울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도로변이나 작은 공원, 고궁 등 어디에나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꽃이 진달래가 아닌가 한다. 영변의 약산에도 김소월의 노래처럼 진달래꽃이 피었을까?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 말을 소개하기로 한다.

꾹돈’은 ‘꾹 찔러 주는 돈이라는 뜻으로 ‘남에게 뢰물로 주는 돈’을 형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 말을 듣자 홍천일은 이놈이 나한테서 요구하는것이 지도로구나 하고 넘겨짚으며 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10여년전엔 프랑스선교사가 꾹돈을 찔러주며 부탁했는데 오늘은 또 미국선교사까지 한몫 보려드니 이보다 더 좋은 장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김정호”, 강학태, 문예출판사, 1987, 311쪽>와 같은 예가 있다.

모지름’은 ‘괴로움을 견디여내거나 무엇을 이루려고 안타까이 모대기는것’이다. “창억이는 입안에 눈을 마구 쓸어넣어 와작와작 씹으며 그이께서 가신쪽을 돌아보았다. 허리를 치는 눈우에 이랑을 째며 걸어나가시는 그이의 뒤모습을 지켜보는 창억이는 흐느껴울면서 일어서려고 모지름을 썼다.” <“근거지의 봄”,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617쪽>의 예가 있다.

보미’는 ‘(주로 ‘눈’과 함께 쓰이여) 사물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가리우는 나쁜 사상적독소를 비겨이르는 말’이다.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고보니 언젠가 리제순동무도 제게 그런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만 눈이 트이는것 같습니다. 보미끼였던것이 확 벗어지고 뿌옇기만 하던 눈앞이 환해진것 같습니다.” <“압록강”,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3, 519쪽>와 같이 쓰인다.

쏘다’는 ‘무엇이 쑤시고 찌르는것처럼 아프다’의 뜻이다. “어머님께서는 오늘 사하촌에 가셨다가 흐지부지되여가는 부녀회원들의 야학을 바로세울 대책을 의논하실래기 반나절을 보내시고 돌아오시다가 다리가 너무 쏘아서 길가의 버드나무그늘에 앉으시였다. 누렇게 익어가는 강냉이밭이 바람도 없는데 우수수 설레였다.” <“대지는 푸르다”,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291쪽>처럼 쓰인다.

치머리’는 ‘머리의 량옆과 뒤를 바싹 올려 깎은 머리’이다. “《박달동무가 옳군! 내 글세 치머리를 하지 않은것을 보고 박달동무인줄 알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저쯤에서부터 기쁨을 감추지 못하시여 반가이 웃으시였다.” <“압록강”,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3, 606쪽>의 예가 보인다.

앞으로 정부나 민간에서 남북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수록 양측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보미를 걷어내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