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성분의 순서


박창원(朴昌遠) / 이화여자대학교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다.”에는 세 개의 명제가 있다. 즉 ‘아침에 일어나다’, ‘세수를 하다’, ‘밥을 먹다’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 시간적인 순서가 가장 앞서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다’일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세수를 하거나 밥을 먹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의 두 명제는 발생하는 시간적인 순서가 바뀌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통상적인 관념으로는 세수를 하는 행위가 밥을 먹는 행위보다 앞서겠지만 두 행위가 바뀌어도 행위 그 자체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명제 중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없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 즉 세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 그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면에, 아침에 일어나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정상적인 인간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밥의 경우는 우유나 빵 등과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인간의 사고 작용을 표현하는 언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철수는 열심히 한다.”라는 문장이 대화의 도중에 나왔다면 앞뒤의 문맥으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하다’라는 동사의 앞에 목적어가 있어야 하겠다. 그 목적어를 ‘공부를’이라는 것이라고 설정한다면, ‘공부를’은 ‘열심히’의 앞에 올 수도 있겠고, 뒤에 올 수도 있겠지만 이른바 타동사의 경우에는 목적어라는 문장 성분이 반드시 있어야 정상적인 국어 문장이 되는 것이다. 물론 문맥에 따라 생략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라는 성분은 의미 전달에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문장 성립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문장의 성립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것이다.
   우리말은 문장 성분의 순서가 비교적 자유스러워서 문장의 기본 성분인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 등은 그 순서를 바꾸어도 의미 전달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창호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라는 문장은 “창호는 한다, 열심히 공부를”, “공부를 창호는 열심히 한다”, “한다, 창호는 공부를 열심히” 등등으로 문장 성분의 순서를 말하는 상황에 따라 변형하여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장 정상적인 국어 문장은 “창호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라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말의 어순이 비교적 자유스럽다고 하지만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순서는 그렇지 못하다. “철수는 공부를 매우 잘 한다.”는 정상적인 문장이지만 “철수는 공부를 잘 매우 한다.”는 비정상적인 국어 문장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부사어와 부사어의 순서는 비교적 엄격하여서 그 순서를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관형어와 체언의 순서는 아주 엄격하다. “착한 창호는 공부를 잘 한다.”는 정상적인 문장이 되겠지만, “창호는 착한 공부를 잘 한다.”라는 문장은 정상적인 국어 문장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행위 중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가 있는가 하면,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행위가 있기도 하다. 인간의 행위 중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더 좋거나 없는 것이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또한 있어야 할 것 같으면 필요한 위치에 적절한 형태로 있어야 하겠다. 언어는 특히 그 구성 성분의 순서는 인간의 이러한 모습을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