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용어 순화-고고학 분야-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용어 순화의 목적은 외국어나 외래어, 어려운 한자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문화재 용어도 대부분 어려운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용어가 많이 있다. 이러한 용어를 모두 순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관광객을 위한 안내문이나 설명문에 나온 용어만이라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해 말에 열린 국어 심의회에서 순화어로 결정한 문화재 용어 가운데 고고학 관련 용어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단도마연토기(丹塗磨硏土器):신석기 시대 및 청동기 시대의 민무늬토기. 그릇의 겉에 붉은 칠을 바르고 문질러 닦아서 붉고 반들반들하게 만든, 윤기를 낸 토기.
(2) 검초부속구(劍墅附屬具):나무로 만든 칼집 중간 중간에 칼 몸을 고정시키기 위해 붙어 있는 청동, 쇠, 금, 은 등으로 만든 테 장식.
(3) 태환이식(太環耳飾):둥근 고리 부분이 굵고 크며 속이 비어 있는 장식품. 귀고리와 닮았지만 주로 금관에 매달아 장식함. 신라 때의 ‘금 굵은 귀고리’가 대표적임.
(4) 이부호(耳附壺):항아리의 어깨에 2∼4개의 젖꼭지나 말 머리 모양의 꼭지와 같은 둥근 고리가 달려 있는 토기.
(5) 장경호(長頸壺):목이 그릇 높이의 5분의 1 이상이 되는 둥근 모양의 토기.
(6) 가압박리(加壓剝離):뼈나 뿔의 뾰족한 끝으로 석기의 가장자리나 표면에 힘을 주어 얇고 긴 격지를 떼어 내거나 잔손질을 하는 수법.
(7) 말각조정천정(抹角操井天井):무덤의 네 벽 위에서 1∼2단 안쪽으로 비스듬히 괴어 올린 후, 네 귀에서 세모의 굄돌을 걸치는 식으로 모를 줄여 가며 올린 천장.

(1)의 ‘단도마연토기’는 이미 일반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으며, 그동안 고고학 용어 심의를 할 때 검토 대상 용어로 올라온 적도 있다. 그 당시에 ‘붉은간그릇’와 ‘홍도(紅陶)’로 순화하였지만, 지난 국어 심의회에서는 ‘붉은간토기’로 정했다. 여기에서 ‘∼그릇’을 ‘∼토기’로 바꾼 것은 ‘∼토기’라는 용어가 문화재 전문 용어로 ‘빗살무늬토기’, ‘민무늬토기’에서처럼 ‘모양, 무늬 따위를 넣어 민족과 시대의 특색을 나타난 것’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2)의 ‘검초부속구’는 ‘검집붙이’와 ‘칼집붙이’로 순화한 바 있지만, 위의 설명에서 보았듯이 ‘칼 몸을 고정시키기 위해 붙어 있는 어떤 재료로 만든 테 장식’을 뜻하므로 ‘칼집장식’으로 정했다. (3)의 ‘태환이식’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귀고리’와 닮았으나, 주로 금관에 매달아 장식하는 것으로 크고 굵은 것이 특징이므로 ‘굵은귀고리’와 ‘굵은귀걸이’로 정했다. ‘귀고리’와 ‘귀걸이’를 모두 인정한 것은 이들이 복수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4)의 ‘이부호’와 (5)의 ‘장경호’는 이미 순화된 용어 ‘귀항아리’와 ‘긴목항아리’를 그대로 인정하였다. 다만, ‘장경호’는 일반 국민들이 ‘∼단지’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긴목항아리’와 ‘긴목단지’를 복수로 인정했다. (6)의 ‘가압박리’는 구석기 시대의 잔손질 수법의 하나로, ‘눌러떼기’와 병행하여 사용되었는데, ‘눌러떼기’만을 사용토록 했다. (7)의 ‘말각조정천정’은 고고학뿐만 아니라 건축학에서도 사용되는 용어이다. ‘모를 줄여 가며 올린 천장’이어서 ‘모줄임천장’으로 순화한 바 있는데, 뜻이 이상하다는 의견이 있어 지난 국어 심의회에서는 ‘모고임천장’과 ‘모죽임천장’으로 정했다.
   이러한 전문 용어의 순화는 국어학자와 관계 전문가가 함께 모여 심의를 해야만 한다. 이때 순화어에 대한 학계나 관계자들의 수용성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어떤 형태로 정했느냐 못지않게 이를 널리 홍보하여 모든 사람들이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