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모음의 단모음화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표준어의 이중 모음에는 ‘ㅑ, 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ㅢ’ 등 11개가 있다. 이중 모음은 모음 요소가 두 개로 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처음에는 ‘ㅣ’를 발음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입을 벌려 ‘ㅏ’나 ‘ㅓ’ 등으로 발음하는 등 처음 소리와 나중 소리가 다르다. 이러한 이중 모음은 때때로 단모음으로 발음되기도 하는데 이중 모음 앞에 자음이 올 때 이중 모음의 단모음화 경향은 심화된다. 예를 들어 ‘ㅘ’ 앞에 ‘ㅂ’이 오거나 ‘ㅝ’ 앞에 ‘ㅁ’이 오는 ‘봐’와 ‘뭐’는 양순음(ㅂ, ㅁ) 뒤에서 반모음 ‘w’ 발음이 생략되어 ‘바’나 ‘머’로 발음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 방언에서도 ‘과자’를 ‘까자’로 발음한다거나 ‘괴물’을 ‘게물’로 발음하는 등 이중 모음의 단모음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단모음화는 모두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표준 발음법’은 몇몇 이중 모음이 단모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허용하는데, ‘ㅕ’, ‘ㅖ’, ‘ㅢ’의 경우에 한정한다. ‘표준 발음법’ 제5항은 ‘ㅕ’ 앞에 자음 ‘ㅈ, ㅉ, ㅊ’이 올 때 ‘ㅕ’가 [ㅓ]로 발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한국어에서는 구개음 ‘ㅈ, ㅉ, ㅊ’ 다음에 오는 단모음과 이중 모음이 구별되지 않는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화자라면 애써 배우려 하지 않아도 구개음 뒤 이중 모음은 자연스럽게 단모음으로 발음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래어를 옮겨 적을 때 ‘쥬스’, ‘텔레비젼’으로 적는 것은 우리가 발음하지도 않는 이중 모음을 적은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ㅖ’도 단모음으로 소리 날 때가 있다. ‘예, 례’는 언제나 이중 모음으로 발음해야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자음과 결합할 때에는 단모음 [ㅔ]로도 발음한다고 표준 발음법은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 차’에서나 ‘시, 지’에서 ‘ㅖ’가 대부분 단모음으로 발음되고 있고 이중 모음으로 발음하려면 보통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사실로 볼 때, ‘ㅖ’ 앞에 자음이 오는 경우 이중 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ㅢ’는 ‘늴리리’, ‘띄어쓰기’, ‘희망’에서처럼 자음이 첫소리로 올 때는 [ㅣ]로 발음한다. 자음이 앞에 오지 않을 때 ‘의’의 표준 발음은 원칙적으로 [ㅢ]이다. 이런 ‘의’가 두 번째 음절 이하에 위치할 때에는 [ㅣ](‘주의[주의/주이]’, ‘협의[혀븨/혀비]’)로도 발음할 수 있다. 조사 ‘의’도 [에]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여 ‘나의’는 [나의]로도 발음하지만 [나에]로 발음하는 것도 표준 발음이다. 그러나 일부 방언에서 첫 음절에 오는 ‘의’를 단모음으로 발음하여 ‘의사’를 [이사]로 한다거나 [으사]로 하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발음이다.
   우리는 흔히 문자에 이끌려 자신이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표준 발음법’은 글자와는 달리 발음하게 하는, 우리말의 발음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