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표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는 지난 호에 잠시 언급했던 겹낫표의 쓰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실제 언어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겹낫표의 여러 가지 쓰임을 수용하여 겹낫표의 용법을 추가한 개정 시안을 마련하였다(1998년 2월). 이 안은 아직 시안으로 여러 사람의 검토를 거치고 국어 심의회를 통과하여만 규정으로서 효력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이렇게 써야 하는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겹낫표를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길 때 이를 기준으로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먼저 ‘겹낫표’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문장 부호에는 겹낫표(『 』)와 낫표(「 」)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용어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 』는 겹낫표, 「 」는 홑낫표, 이 둘 모두를 낫표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를 겹낫표로 부르고 「 」를 낫표로 부른 것은 1940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 새판”에 처음으로 보인다.)낫표의 사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책의 제목에는 겹낫표를 쓰고, 책의 일부로 수록된 작품이나 논문 등의 제목에는 홑낫표를 쓴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나는 「서시」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란 시행(詩行)을 가장 좋아한다.
[붙임 1] 신문이나 음악, 미술 등 다른 분야의 제목에 대해서도 이에 준한다.
그 당시 『동아일보』에 연재되던 「고바우」의 인기는 대단하였다.
오페라 『춘희』 중에서 「축배의 노래」를 다같이 불렀다.
김정희의 「세한도」는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준다.
[붙임 2] 따로 구별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홑낫표 하나를 대표로 쓴다.
물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이 기록이 있다.
판소리 「심청가」는 언제 들어도 흥이 솟는다.
새 연속극 「여로」가 인기가 많다더라.
[붙임 3] 모든 낫표 자리에 꺾쇠표를 쓸 수 있다.
(2) 글, 법령, 집회 등의 제목, 주제 등을 나타낼 때 홑낫표를 쓴다.
나는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써 냈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남북 교류의 바른 길」이다.
이번에 「청소년 보호법」이 제정되었다.

(1)은 출판물에서 일반적으로 지키고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단행본, 문집, 신문, 잡지, 소설책 등은 겹낫표를, 논문, 시 제목, 그림 제목, 노래 제목 등은 홑낫표를 쓴다. 오페라 ‘춘희’에 겹낫표를 한 것은 ‘춘희’를 장편 소설 같은 하나의 작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신문명의 경우는 《 》 또는 〈 〉 기호(북한에서는 ‘꺾쇠표’라고 한다.)를 쓰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문장 부호 규정에는 이들 부호에 대한 규정은 아예 없다. 그러므로 [붙임 3]의 규정은 꺾쇠표의 규정이 만들어진 후에나 가능한 사용법이다.
   [붙임 2]의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표현은 좀 모호한데, (1)의 규정대로 하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책의 제목이므로 겹낫표를 써야 하고 ‘심청가’나 ‘여로’도 ‘춘희’와 비슷하므로 겹낫표를 써야 한다. 그렇다면 굳이 (1)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든다. [붙임 2]를 ‘홑낫표 하나를 대표로 쓸 수 있다’는 허용 규정으로 바꾸어 (1)의 구분이 필요한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개정 시안에는 따옴표 대신 대화에 사용되고 있는 낫표의 용법에 대한 규정이 없다. 여러 분의 의견을 들어 이에 대한 규정도 마련되었으면 한다.(yangmh@korea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