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숟가락은 ‘ㄷ’인데 젓가락은 ‘ㅅ’일까?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숟가락’은 받침이 ‘ㄷ’인데 ‘젓가락’은 왜 받침이 ‘ㅅ’일까? 요즘 상영되고 있는 영화에 나오는 물음이다. 영화에서의 답은 숟가락은 ‘ㄷ’처럼 생겼고 젓가락은 위를 잡고 아래를 벌리면 ‘ㅅ’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재미있지만 물론, 정답은 아니다.
   이 문제에 관한 답은 ‘한글 맞춤법’에 나타나 있다. ‘한글 맞춤법’ 제29항에서는 ‘ㄹ’ 소리였던 말이 다른 말과 결합하면서 ‘ㄷ’ 소리로 바뀌어 나는 경우 ‘ㄷ’으로 적는다고 설명한다. 그 예로 ‘숟가락’, ‘사흗날’, ‘이튿날’ 등을 들고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숟가락’, ‘사흗날’, ‘이튿날’은 ‘술’, ‘사흘’, ‘이틀’에 ‘가락’, ‘날’이 결합하면서 ‘ㄷ’으로 소리가 바뀐 말들이다.
   그렇지만 이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술’과 ‘가락’이 결합하면서 ‘ㄹ’이 ‘ㄷ’으로 소리가 바뀌어 [숟까락]이라는 소리가 되었다고 해도 국어에서는 받침의 ‘ㅅ’ 또한 ‘ㄷ’으로 소리가 나므로 그것이 ‘숫가락’이 아니라 꼭 ‘숟가락’으로 적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숟가락’에 비하면 ‘젓가락’은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젓가락’은 ‘저(箸)+ㅅ+가락’의 구조로 된 말이다. ‘젓가락’을 뜻하는 ‘저(箸)’와 ‘가락’의 합성어이다. 사이시옷이 들어 있는 말이므로 ‘젓가락’의 받침이 ‘ㅅ’인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숟가락’이 ‘술’과 ‘가락’이 결합한 말이라면 어떻게 ‘숟’으로 소리가 나는 것일까?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간행된 국어사전에는 ‘숟가락’과 함께 ‘술가락’이라는 말이 올라 있다.

(1) “증보 조선어 사전”(문세영 1939/1946)
술가락[-까-] ‘숟가락’의 동의어
(2) “큰사전”(한글학회 1957)
술가락[-까-] ‘숟가락’의 잘못

예전에는 ‘술가락’과 ‘숟가락’이 함께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술가락’의 발음 표시가 [술까락]으로 되어 있다. ‘ㄹ’ 받침 뒤는 무조건 된소리가 되는 환경이 아니다. 그런데도 [술까락]이 된 것은 ‘술가락’이 ‘술+ㅅ+가락’의 구조임을 말해 준다.

(3) 술+ㅅ+가락

‘가락’이 [까락]이 된 것은 ‘술’과 ‘가락’ 사이에 ‘ㅅ’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어에서는 역사적으로 ‘술+ㅅ+가락’과 같은 구조에서 ‘ㄹ’이 떨어지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4) 믌고기/믓고기 <“구급방언해”에서>

‘숤가락’ 또한 (4)와 같이 ‘숫가락’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숫가락’은 [숟까락]으로 소리 나므로 ‘술’과 ‘가락’이 결합하여 [숟까락]으로 소리 나게 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5) 숤가락/숫가락[숟까락]

그렇지만 [숟까락]을 ‘숟가락’으로 적도록 한 이유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사실, 이 문제는 ‘깨끗하다’의 받침을 ‘ㄷ’으로 적지 않고 ‘ㅅ’으로 적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만큼 대답하기 어렵다. 근거 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걷고/걸어, 깨닫고/깨달아’처럼 ‘ㄷ’이 ‘ㄹ’로 바뀌는 것에 이끌려 ‘ㄹ’과의 관련성을 ‘ㄷ’ 표기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이 상상 또한 ‘숟가락’이 ‘ㄷ’처럼 생겼기 때문에 ‘ㄷ’ 받침을 쓴다는 것보다 훨씬 재미없고 상상력이 부족한 대답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