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질 문

“어디에 살든지/살던지 고향을 잊지는 마라.” 라는 문장에서 ‘살든지’와 ‘살던지’ 가운데 어느 것이 맞습니까?

 

우리말에서 ‘-든지’와 ‘-던지’는 다른 의미 및 용법을 가지는 별개의 어미입니다. 따라서 의미와 용법을 고려하여 그 둘을 구별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든지’는 선택이나 무관의 뜻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입니다. 주로 ‘-든지 -든지’ 구성으로 쓰여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또한 앞 절의 내용이 뒤 절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1) 집에 가든지 학교에 가든지 해라.
(2) 노래를 부르든지 춤을 추든지 네 맘대로 해라.

위의 (1)에서처럼 나열된 동작인 ‘집에 가는 것’이나 ‘학교에 가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또한 (2)에서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다’는 앞 절의 내용이 ‘네 맘대로 한다’는 뒤 절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질문하신 예도 ‘-든지 -든지’ 구성으로 쓰이지는 않았지만 선택이나 무관의 의미 및 용법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따라서 ‘-든지’를 써야 합니다.
   반면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어미입니다.

(3) 아이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던지 배탈 날까 걱정이 되었다.
(4)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3)에서처럼 아이가 얼마만큼 밥을 많이 먹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너무 먹어서 배탈이 날까 걱정이 됨’을, (4)처럼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너무 추워서 손이 곱아 펴지지 않음’을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여기에서 ‘-던지’는 지난 일에 대하여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일에 대하여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던지’를 ‘-든지’로 잘못 적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던지’를 ‘-든지’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던지’와 ‘-든지’는 별개의 어미로서 반드시 구별하여 적어야 합니다. 지난 일을 나타내는 ‘-던’, ‘-던가’, ‘-던걸’, ‘-던고’, ‘-던데’, ‘-던들’ 등도 ‘-든’, ‘-든가’, ‘-든걸’, ‘-든고’, ‘-든데’, ‘-든들’ 등으로 적으면 안 됩니다.(“한글 맞춤법” 제56항 및 “표준어 규정” 제17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