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표현과 성실한 이해
박창원(朴昌遠) / 이화여자대학교
인간 사회의 오해와 불신은 많은 경우 의사소통의 불일치 때문에 생긴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거나, 글을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그 내용을 확인하여 정확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오해와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이른바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하자. 두 남자는 이 여자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는데, 우연히 두 남자가 동시에 ‘이 여자는 옷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정보를 얻었다고 하자. 그리하여 한 남자는 이 여자가 입는 옷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다른 한 남자는 자기가 입을 옷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고 하자. 이때 생길 수 있는 상황은 두 남자가 다 여자를 만족시켰거나 적어도 한 사람은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했거나이다. 여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옷’은 ‘자기의 옷’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일 수도 있고, 이것을 다 포괄하는 ‘옷’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의적인 표현이 되어 그 뜻이 애매모호한 경우에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러한 표현을 사용한 사람에게 있다. 정보를 잘못 전달하여 내가 제공한 정보를 믿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위의 경우는 비교적 간단한 경우이지만 다음의 경우에는 가족 간에 심각한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경우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아들에게 유산을 상속하지 않았다.”라는 문장에서 할아버지가 작성한 유언장의 내용은 무엇일까? 손자에게 재산의 일부를 상속하라는 내용일까 아니면 재산의 일부를 상속하지 말라는 내용일까? 그런데 이 문장만으로는 그 내용을 알 길이 없다. ‘유언대로 상속하지 않았다’는 글은 ‘유언에는 상속하라고 했지만 유언대로 상속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될 수 있고, ‘상속하지 말라는 유언대로 상속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선이 생기는 것은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쓰는 사람이나 말하는 자의 표현이 애매하여 내용이 잘못 전달되었을 경우 일차적으로는 표현을 사용한 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책임은 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는 자나 듣는 자는 그 내용을 확인하여 오해하지 않을 책임과 의무가 있다. 말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면, 많은 경우 내용 중의 한 부분만 만족시켜 주거나, 실제 사실과는 동떨어진 해석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갔다가 처음의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 되돌아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불일치의 내용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해하고자 하는 측에서 표현한 측에게 정확한 정보를 요구할 경우 “뭘 따지냐, 대충 새겨서 듣지.”라고 대답하는 것은 표현한 자가 정확한 정보를 모르거나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표현하지 않으려고(즉 은폐하려고) 하는 경우이다. 어느 경우이건 그 정보에 관한 한 표현한 자를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이해와 표현이 올바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표현을 하는 측면에서는 의도된 내용 이외의 것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고, 이해를 하는 측면에서는 내용이 애매할 경우 그것을 확인하여 쓸데없는 오해를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