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의 이해

‘-기’류 전문어의 띄어쓰기


이정미(李正美) 전 국립국어연구원 사전편찬원

문어는 단어별로 띄어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전문어는 단일한 대상을 지시하는 것이기는 하나 여러 단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그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새겨야 전체 뜻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전문어 가운데 특히 고유어로서 ‘-기’로 끝난 말의 띄어쓰기에 관해서는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관한 규정을 재검토하여 정리해 보기로 한다.
관련 규정의 해설에 따르면 ‘-기’류 전문어는 전문어 띄어쓰기의 일반 원칙에 따라 단어별로 띄어 쓰되, 붙여 쓸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기’류 전문어는 다음의 (1ㄱ)과 같이 단어별로 하나하나 띄어 쓰거나, (1ㄴ)과 같이 아예 모두 붙여 써야 한다.

(1) ㄱ. 두 팔 들어 가슴 벌리기, 무릎 대어 돌리기, 여름 채소 가꾸기(○)
ㄴ. 두팔들어가슴벌리기, 무릎대어돌리기, 여름채소가꾸기(○)

이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명사와 동사, 동사와 동사, 부사와 동사가 서로 어울려 ‘-기’로 끝나면서, 하나의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은 모두 붙여 쓰고 있다. 즉, ‘-기’로 끝나면서 단일한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전문어를 모두 합성어로 보고 다음의 (2ㄱ)과 같이 붙여 쓰겠다는 것이다. 이런 말의 다수가 합성어로 등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부류를 모두 합성어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유형들을 전문어 구로 보고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붙여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들을 전문어 구로 본다면 (2ㄴ)과 같이 띄어 써야 하나 (2ㄱ)과 같이 붙여 쓸 수도 있는 것이다.

(2) ㄱ. 모따기[面取], 말려파기[空掘], 켜쌓기[布積], 외어부르기[暗唱](○)
ㄴ. 모 따기, 말려 파기, 켜 쌓기, 외어 부르기(○)

일부에서는 또한 ‘-기’로 끝나는 전문어가 여러 구절로 된 경우에는 동작의 단계를 기준으로 하여 붙여 쓰고 있다. 이들을 동작의 단계별로 붙여 쓰도록 한 근거 역시 현재 규정에서는 찾을 수 없다. 전문어 띄어쓰기 일반 규정에 따르면 이들은 각 단어별로 띄어 쓰거나 아예 모두 붙여 써야 한다. 다음의 (3ㄱ)과 같이 일부는 붙여 쓰고 일부는 띄어 쓰는 것은 잘못이며, (3ㄴ)과 같이 모두 띄어 쓰거나 (3ㄷ)과 같이 모두 붙여 쓰는 것이 규범에 맞다.

(3) ㄱ. 손짚고 엎드려 다리굽히기, 두팔들어 가슴절하기, 나무에 못박아 굽히기(×)
ㄴ. 손 짚고 엎드려 다리 굽히기, 두 팔 들어 가슴 절 하기, 나무에 못 박아 굽히기(○)
ㄷ. 손짚고엎드려다리굽히기, 두팔들어가슴절하기, 나무에못박아굽히기(○)

한편, ‘-기’류 전문어는 전문어 일반 원칙에 따라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붙여 쓸 수도 있지만, 반드시 띄어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앞에서 용언의 관형사형으로 된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없다. 즉, 앞에 관형사형 ‘간단한’, ‘쓸모 있는’, ‘아름다운’ 등의 수식을 받는 경우 다음의 (4ㄴ)처럼 붙여 쓸 수 없고 (4ㄱ)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이다.

(4) ㄱ. 간단한 도면 그리기, 쓸모 있는 주머니 만들기,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ㄴ. 간단한도면그리기, 쓸모있는주머니만들기, 아름다운노래부르기(×)

다음, 두 개 이상 체언이 접속 조사로 연결되는 경우에도 붙여 쓸 수 없다. 즉, 접속사 앞뒤 두 말이 뒷말에 함께 걸리는 경우에는 다음의 (5ㄴ)과 같이 붙여 쓸 수 없고 (5ㄱ)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이다.

(5) ㄱ. 바닷말과 물고기 기르기(○)
ㄴ. 바닷말과물고기기르기(×)

이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띄어 쓴 두 말에 걸리거나 꾸미는 말이나 한정하는 말이 앞에 올 때에 반드시 띄어 쓰고 있다.

(6) 여름 채소 가꾸기,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바닷말과 물고기 기르기

이는 관형사형 뒤, 또는 접속 조사로 연결된 경우에는 띄어 쓴다는 규정상의 제한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으나, ‘여름 채소 가꾸기’ 등을 반드시 띄어야 한다는 것은 규정의 처리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여기서는 ‘여름’이 ‘채소’를 한정한다고 보고 띄어 써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규정에서는 반드시 띄어 쓰는 것을 용언 관형사형의 수식을 받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