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법의 이해

모음 ‘ㅓ’와 ‘ㅡ’의 표기


김세중(金世中)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에는 단모음이 10개 있다. 2000년 7월 7일 고시된 새 로마자 표기법의 단모음 표기는 아래와 같다.

a eo o u eu i ae e oe wi

‘ㅏ’, ‘ㅔ’, ‘ㅣ’, ‘ㅗ’, ‘ㅜ’는 각각 a, e, i, o, u에 대응된다. 로마자는 언어에 따라 조금씩 달리 발음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a, e, i, o, u의 가장 일반적인 음가가 ‘ㅏ’, ‘ㅔ’, ‘ㅣ’, ‘ㅗ’, ‘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머지 ‘ㅓ’, ‘ㅡ’, ‘ㅐ’, ‘ㅚ’, ‘ㅟ’의 표기이다.
   ‘ㅐ’는 전통적으로 ae로 표기해 왔다. ‘ㅚ’ 역시 oe로 표기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물론 ‘ㅐ’와 ‘ㅚ’를 각각 ai나 ay, oi나 oy로 표기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시 ‘ㅐ’와 ‘ㅚ’는 ae, oe로 표기해 온 전통이 깊어 이를 수용하였다. ‘ㅟ’ 또한 wi로 표기하는 것 외의 방법을 생각하기 어렵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ㅓ’와 ‘ㅡ’의 표기이다. 특히 ‘ㅓ’는 출현 빈도가 아주 높은 모음인 데다 이중모음인 ‘ㅕ’의 표기까지 맞물려 있다. 사실 국어의 ‘ㅓ’ 모음에는 대응하는 마땅한 로마자가 없다. ‘ㅓ’를 다른 모음과 구별하여 적는 데는 로마자를 쓰는 방법과 로마자 아닌 글자를 쓰는 방법(예컨대 )이 있다. 로마자를 쓰는 방법은 다시 한 글자로 적는 방법과 두 글자로 적는 방법, 한 글자에 특수한 기호를 얹어서 적는 방법이 있다.

(1) 한 글자로 적는 방법 : e, o, u
(2) 한 글자에 특수한 기호를 얹는 방법 : ŏ
(3) 두 글자로 적는 방법 : eo

한 글자로 적는 방법은, ‘ㅓ’를 e로 할 경우 ‘ㅔ’를 ei 또는 ey 등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언중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ㅓ’를 o로 할 경우 ‘ㅗ’를 표기할 방법이, u로 할 경우 ‘ㅜ’를 표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특수한 기호를 얹는 방법(ŏ)은 지켜지기가 어렵다. 특히 컴퓨터의 자판에 없고 ASCII 코드에 들어 있지 않아서 ŏ대신에 o로 쓰이기 십상이다. 그것은 곧 ‘ㅓ’와 ‘ㅗ’가 똑같이 o로 표기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하여 새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ㅓ’를 두 글자인 eo로 정하였다. ‘ㅓ’는 1959년부터 1983년까지 시행된 로마자 표기법에서 eo로 표기되었기 때문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ㅓ’는 후설모음인 ‘ㅗ’에 비해 혀의 최고점의 위치가 더 앞이어서 o 앞에 전설모음인 e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eo가 단모음으로 소리나는 언어가 별로 없음을 들어 ‘ㅓ’를 eo로 표기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있으나 영어에서도 드물지만 dungeon[dΛngƏn] 같이 eo가 [Ə]로 나는 단어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로마자는 언어마다 독특하게 음가가 규정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프랑스 어에서는 eau가 규칙적으로 단모음인 [o]가 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어에서는 eo가 단모음 ‘ㅓ’라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 종전 표기법과 비교해 볼 때 새 로마자 표기법은 단모음의 경우 ‘ㅓ’와 ‘ㅡ’만 다르다. ‘ㅓ’와 ‘ㅡ’를 ŏ, ŭ로 표기하던 것을 eo, eu로 바꾸었을 뿐이고 다른 단모음은 종전 로마자 표기법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