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돌실나이’와 ‘돌실낳이’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설날에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요즈음에는 활동하기에 편하게 만든 한복(‘생활 한복’이라고 한다)을 입는 사람이 많다. 그러한 한복을 파는 가게의 이름은 한복을 파는 가게답게 고유어가 많은 편이다. ‘돌실나이’도 그중의 하나다.
   국어사전에는 ‘돌실나이’는 올라 있지 않고 ‘돌실낳이’가 올라 있다. ‘돌실낳이’는 ‘석곡(石谷)에서 나는 삼베’라고 뜻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돌실나이’의 뜻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1) 돌실나이는 돌실 즉 전남 곡성군 석곡(石谷)에서 짜는 가는 삼베를 말하는 것이다. (민속학 관련 개론서에서)
(2) 돌실나이: 전라남도 곡성군 돌실에서 나오는 삼베의 이름.(“민속학 사전”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돌실나이’는 ‘돌실낳이’를 잘못 쓴 말이다. ‘돌실’은 ‘석곡(石谷)’의 고유어이다. ‘돌’이 ‘石’에 해당하고 ‘실’은 ‘谷’을 의미한다. ‘낳이’는 ‘① 피륙이나 실을 짜는 일 ② 지명 뒤에 붙어 피륙의 출산지를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 ‘낳다’가 ‘① 실을 만들다 ② 실로 피륙을 짜다’의 뜻이므로 ‘낳-+-이’로 이루어진 말이다. ‘돌실’이 지명이라면 ‘돌실낳이’는 그곳에서 짠 피륙을 뜻하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돌실나이’로 잘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돌실낳이’와 ‘돌실나이’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둘 다 [돌실나이]로 소리 난다. 국어에서 ‘ㅎ’받침은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나 접미사가 올 경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낳은[나은]’, ‘좋아[조아]’, ‘닳아[다라]’, ‘싫어도[시러도]’와 같이 ‘ㅎ’을 발음하지 않는다. 발음이 같기 때문에 ‘돌실낳이’를 ‘돌실나이’로 잘못 적었다고 할 수 있다.
   ‘돌실낳이’의 ‘ㅎ’이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ㅎ’을 살려서 ‘낳이’로 표기하도록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낳고’, ‘낳은’, ‘낳아’와 같이 ‘낳-’으로 표기를 고정하면 이들이 한 동아리로 묶인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고 ‘낳-’이라는 공통의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소리 나는 대로 ‘나코, 나은, 나아’로 적을 경우 이들이 한 동아리로 묶인다는 것을 알기가 어려워지고 ‘낳-’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가진다는 것도 알기 어렵다.

표준 발음 나코 나은 나아 나이
맞춤법대로 낳고○ 낳은○ 낳아○ 낳이○
소리 나는 대로 나코× 나은× 나아× 나이×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낳고’, ‘낳은’, ‘낳아’, ‘낳이’로 적는 것이 ‘나코’, ‘나은’, ‘나아’, ‘나이’로 적는 것보다 눈에 잘 들어오고 그만큼 이해하기도 쉽다.
   게다가 ‘돌실낳이’를 알고 나면 ‘막낳이’, ‘봄낳이’, ‘명주낳이’, ‘무명낳이’, ‘여름낳이’ 또한 옷과 관련된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맞춤법에 꼭 맞는 우리말을 쓰는 일은 몸에 꼭 맞는 한복만큼이나 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