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의 띄어쓰기
이정미(李正美) / 전 국립국어연구원 사전편찬원
이번 호에는 지명의 띄어쓰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해(海)’, ‘섬’, ‘강(江)’, ‘산(山)’과 어울리는 지명은 관련 규정에 명시되어 있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명시되지 않은 지명의 띄어쓰기이다. 이는 규정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느냐, 확대하여 적용하는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춤법 및 외래어 표기법의 관련 조항과 용례를 토대로 고유어·한자어 지명과 외래어 지명의 띄어쓰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맞춤법에서는 지명의 띄어쓰기와 관련하여, 맞춤법 49항의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라고 한 조항이 있다. 이는 지명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명을 제외한 고유 명사의 띄어쓰기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를 지명에 적용해 보면, ‘해(海)’, ‘양(洋)’, ‘도(島)’, ‘섬’, ‘만(灣)’, ‘호(湖)’, ‘항(港)’, ‘강(江)’, ‘산(山)’, ‘봉(峰)’, ‘령(嶺)’, ‘도(道)’, ‘시(市)’, ‘군(郡)’, ‘구(區)’, ‘읍(邑)’, ‘동(洞)’, ‘면(面)’, ‘리(里)’ 등의 지명 관련 1음절어와 함께 쓰이는 지명은 대체로 한 단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모두 붙여 써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1) 중국해, 태평양, 울릉도, 목요섬, 울산만, 청주호, 인천항, 섬진강, 설악산, 천왕봉, 대관령, 강원도, 청주시, 부안군, 강서구, 흥해읍, 방화동, 가례면, 수성리 등
반면, ‘산맥’, ‘고원’, ‘평야’, ‘반도’, ‘고개’, ‘분지(盆地)’, ‘군도(群島)’, ‘열도(列島)’, ‘해협(海峽)’ 등의 2음절어와 함께 쓰이는 지명은 한 단어보다는 두 단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 다만, 이 중에 ‘산맥’, ‘고원’, ‘평야’, ‘반도’ 등은 고유어나 한자어 지명에서 붙여 쓰는 경우가 많아 “표준국어대사전”의 경우 이를 아예 한 단어로 보기도 한다.
2) 태백^산맥, 개마^고원, 나주^평야, 변산^반도, 한티^고개, 나리^분지, 외모^군도, 일본^열도, 대한^해협 등
cf. 태백-산맥, 개마-고원, 나주-평야, 변산-반도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지명의 띄어쓰기 관련 조항으로, 제4장 제3절 제1항의 “‘해’, ‘섬’, ‘강’, ‘산’ 등이 외래어에 붙을 때에는 띄어 쓰고 우리말에 붙을 때에는 붙여 쓴다.”라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해’, ‘섬’, ‘강’, ‘산’ 등의 1음절어와 함께 쓰이는 외래어 지명은 띄어 써야 한다. 이는 1음절어를 외래어 뒤에 붙이는 경우 외래어와 뒷말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적용 범위는 규정에서 ‘해’, ‘섬’, ‘강’, ‘산’ 정도를 말하고 있으나 뒤에 ‘등’을 붙였으므로 이 밖에 지명 관련 1음절어 ‘만(灣)’, ‘호(湖)’, ‘항(港)’, ‘봉(峰)’, ‘가(街)’, ‘현(縣)’, ‘시(市)’, ‘부(府)’, ‘성(省)’, ‘주(州) 등은 물론이고 같은 조건이라면 더 확대하여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카리브 해, 발리 섬, 리오그란데 강, 에베레스트 산, 페르시아 만, 크레이터 호, 블라디보스토크 항, 케이투 봉, 월 가, 나가사키 현, 애틀랜타 시, 오사카 부, 헤이룽장 성, 아칸소 주 등
한편, ‘산맥’, ‘고원’, ‘평야’, ‘반도’, ‘고개’, ‘분지(盆地)’, ‘사막’, ‘열도(列島)’, ‘제도(諸島)’, ‘해협(海峽)’ ‘운하(運河)’ 등의 2음절어와 함께 쓰이는 외래어 지명의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규정에 명시된 바 없다. 다만, 외래어 표기법의 한 용례에서 2음절어는 외래어와 띄어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1음절어의 처리에 준하여 띄어 쓴 것이라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명 외 고유 명사 띄어쓰기 원칙에 따라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붙여 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단 원칙을 우선하여 띄어 쓴 것이다. 외래어 관련 규정에는 굳이 1음절 예만 들고 2음절 예는 들지 않고 있는데, 이는 1음절어와 달리 2음절어는 선행 외래어와의 구분이 별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꼭 띄어 써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뒤에 2음절어가 오는 외래어 지명은 인명 외 고유 명사 띄어쓰기 원칙에 준하여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알프스^산맥, 몽골^고원, 화베이^평야, 발칸^반도, 카이바르^고개, 쓰촨^분지, 사하라^사막, 쿠릴^열도, 마셜^제도, 수에즈^운하, 파나마^해협 등
※ 용례에서 ‘-’는 붙임 표시이고, ‘^’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나 붙여 쓸 수 있다는 표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