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법의 이해

자음의 특징(2)


김세중(金世中) / 국립국어연구원

지난 7월 7일 고시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단어 처음에 나오는 ‘ㄱ, ㄷ, ㅂ, ㅈ’을 종전의 k, t, p, ch에서 g, d, b, j로 바꾼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나 한글 표기를 로마자로 옮기는 게 아니라 국어의 실제 발음을 옮기는 표음법이라는 점은 종전의 표기법과 같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자음 표기 가운데 몇 가지 유의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자음 앞과 어말의 파열음
    모음 앞의 ‘ㄱ, ㄷ, ㅂ’은 g, d, b로 적지만 자음 앞과 어말의 ‘ㄱ, ㄷ, ㅂ’은 k, t, p로 적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모음 앞 경기 Gyeonggi 대구 Daegu 부산 Busan 옥인 Ogin
자음 앞 곡성 Gokseong 갓바위 Gatbawi 합천 Hapcheon
어말 영덕 Yeongdeok 월곶 Wolgot 정읍 Jeongeup

‘ㄱ, ㄷ, ㅂ’은 어느 위치에서든 g, d, b로 적는 것이 더 알기 쉽고 체계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로마자 표기법이 표음법인 이상 어말과 자음 앞의 글자 ‘ㄱ, ㅋ, ㄲ’, ‘ㄷ, ㅌ, ㄸ, ㅅ, ㅆ, ㅈ, ㅊ, ㅉ’, ‘ㅂ, ㅍ, ㅃ’은 발음이 모두 [ㄱ], [ㄷ], [ㅂ]으로 중화가 되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가 같아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박[박]’과 ‘밖[박]’ 표기가 같고, ‘빗[빋]’, ‘빚[빋]’, ‘빛[빋]’ 표기가 같으며, ‘입[입]’과 ‘잎[입]’ 표기가 같다. 그런데 어말의 [ㄱ], [ㄷ], [ㅂ]은 이른바 내파음으로 g, d, b보다 k, t, p와 더 가깝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인명에 나오는 어말의 ‘ㄱ, ㅂ’을 k, p로 적고 있다는 것도 어말과 자음 앞의 ‘ㄱ, ㄷ, ㅂ’을 k, t, p로 적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2) ‘ㄹ’
   ‘ㄹ’은 모음 앞에서는 r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l로 적는다. 다만, ‘ㄹㄹ’은 ll로 적는다.

모음 앞 구리 Guri
자음 앞, 어말 일산 Ilsan 임실 Imsil
ㄹㄹ 대관령[대괄령] Daegwallyeong

‘ㄹ’을 한가지로 통일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r로 통일하면 ‘달, 발’이 dar, bar가 되어 어색하고, l로 통일하면 ‘아리랑’이 arirang가 아니라 alilang가 되어 이상하다.

(3) ‘ㅅ’
   종전에는 ‘ㅅ’을 뒤에 ‘ㅣ’가 따를 때에는 sh로, 그 밖의 경우에는 s로 나누어 적었다. 그러나 새 표기법에서는 뒤에 어떤 모음이 오든 상관없이 s로 통일했다.

신라  Silla 실상사  Silsangsa

‘ㅅ’ 뒤에 ‘ㅣ’가 올 때 s로 적으면 ‘시’가 아니라 ‘씨’가 되므로 sh로 적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신라’를 Shilla로 적든 Silla로 적든 국어의 [실라]와 똑같지 않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발음의 유사성보다는 표기법의 체계성, 간결성을 더 중요시하여 ‘ㅅ’을 s로 통일하였다.

(4) 된소리
‘ㄲ, ㄸ, ㅃ, ㅉ’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각각 kk, tt, pp, jj로 적는다. ‘ㄲ, ㄸ, ㅃ’을 gg, dd, bb로 적지 않는 것은 gg, dd, bb라는 철자가 로마자를 쓰는 언어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다 무성음인 ‘ㄲ, ㄸ, ㅃ’은 무성음을 나타내는 k, t, p를 겹쳐 적는 것이 더 타당하기 때문이다. ‘ㅉ’은 종전에는 tch로 적었으나 간결성을 중시하여 jj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