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표현
허철구(許喆九) / 국립국어연구원
글을 쓰다 보면 같은 말을 반복하여 사용하는 수가 많다. 불필요하게 반복된 성분은 군더더기처럼 느껴져 독서에도 번거롭고 문법까지 어기게 된다.
(1) 지금부터 저의 고향 소개를 부분별로
소개하겠습니다.
(2) 참가 등록은 대표자가 직접 등록하여야 합니다.
위 예들은 동일한 단어가 중복되어 어색할뿐더러 비문법적이기까지 하다. 불필요한 성분들을 없애어 ‘지금부터 저의 고향을 부분별로 소개하겠습니다’와 ‘참가 등록은 대표자가 직접 하여야 합니다’로 고치면 좋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은 전형적인 오류의 예들로서 특히 주술 관계를 어기고 있다.
(3) 처음 교육 담당에게서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 떠오른 것이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중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4)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위에서 밝힌 바대로 시골에서만 생활하다가 서울에 와서 촌놈의 눈을 통해 비춰지는 서울 사람들에 관한 것과 거기에서 느낀 바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위 예들이 주술 관계를 어긴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중복이 나타나는 것은 문장 성분들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주된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 화자라면 ‘*책은 회원만 책을 빌릴 수 있다’라는 문장은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빌리다’가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이지만 문장 앞에 ‘책’이 나와 있어 다시 ‘책을’이라는 목적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문장 성분들의 관계를 알면 중복된 표현을 피하게 되는데, 위에 예시한 문장들에서는 ‘… 떠오른 것이’, ‘… 하고 싶은 얘기는’이 전체 문장의 주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 하였고, 그 결과 불필요한 중복이 나타났다. 위 문장들은 다음과 같이 바로잡아 중복을 없앨 수 있다(다른 부분은 가능하면 그대로 두었음).
(3′) 처음 교육 담당에게서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 떠오른 것은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 하신, 이중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4′)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위에서 밝힌 바대로 시골에서만 생활하다가 서울에 와서 촌놈의 눈을 통해 비춰지는
서울 사람들에 관한 것과 거기에서 느낀 점이다.
꼭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될 수 있으면 중복된 표현이 나타나지 않게 글을 써야 한다.
(5) 선택 전문 과정이라 정말 아무 부담 없이 왔는데 이런 글쓰기 시간은 정말
부담스럽네요.
(6) 70세 이상 되는 어르신네도 5명이나 포함되어 있었고 아주머니, 어린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위 문장들은 비문이 아니며 심하게 어색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런 문장에서도 중복을 피하면 글의 맛을 더할 수 있다. (5)의 ‘아무 부담 없이’는 ‘부담’을 비켜 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정도로 쓰면 좋다. (6)의 경우는 뒤의 ‘포함되어’를 지우면 단조로운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같이 글의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도 좋은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