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오용 사례

만화에 나타난 국어의 오용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만화에 나오는 지문은 여타 도서에서와는 달리 또 하나의 삽화 역할을 한다. 글자의 굵기가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글자를 둘러싸고 있는 글자 구름이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작가가 표현하려는 상황이나 등장 인물의 심리 묘사 효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여기에 들어가는 지문 표기도 소리가 길게 끌리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앞 음절의 모음을 한 번 더 써 주거나 부호(‘∼’, ‘―’ 등)를 사용하고, 힘을 주어 말하는 대사는 ‘ㅅ’ 받침으로 강조해 준다. 애교를 부릴 때는 ‘ㅇ’ 받침으로 콧소리를 표현하고 여기에 ‘♡’ 표시를 해 그 효과를 더한다. ‘♡’ 표시가 일종의 문장 부호로 쓰인 셈이다.

(1) 뭐얏∼! 갔다구∼?!           내가 훠언∼하단 말야.
닥터 신 이 녀서억∼!!       할머니이∼
끼이익                            평소의 100배로 해줘용♡
우와아∼                                  반짜악

이러한 예들은 어문 규범의 잣대로 재기 힘든, 만화 언어만의 독특한 표기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쉽게 쓰고 독자들에게 내용을 자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바른 언어 표기를 외면하는 경우가 있어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축약된 형태로 적기

(2) 행복해∼♡                     김밥이 좋더라.
그 사진을 준 게 아냠마!!      이야∼ 거깄구나!

(2)는 단어 내부에서와 두 단어 사이에서 음운 축약이 일어난 예이다. ‘표준어 규정’ 제16항은 “준말과 본딧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 다 표준어로 삼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놓고 볼 때 한정된 연령층만이 쓰는 ‘넘’, ‘젤’ 등은 명백히 비표준어이다. ‘너무 행복해∼♡’, ‘김밥이 제일 좋더라’, ‘그 사진을 준 게 아니야, 인마!’, ‘이야∼ 거기 있구나!’처럼 본래의 형태대로 써도 의미 전달에 크게 무리가 없는 이상, 비표준어인 준말을 쓰는 것을 피해야 한다.

된소리로 적기

(3) 사진빨이 잘 받지?         내꺼야
내가 좀 쎘나?               정체를 버낀다
천벌을 받을 쏘-리!        쫄아드는 가미요.

요즘 학생들의 소지품에 ‘○○ 꺼’라고 쓴 것을 자주 본다.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인 ‘거’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이러한 표기 형태는 이제 일상화되어 만화에서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화면의 자막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벗긴다’를 ‘버낀다’로 ‘세다’를 ‘쎄다’로, 원래 표기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럼없이 된소리로 쓰는 것은 많은 독자들을 잘못된 언어 환경에 노출하게 된다.
   만화는 일간지의 문화 면에서도 빠지지 않고 다루어지는 예술 창작의 한 분야가 되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은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고, 일간지의 문화 면에 TV 시청률·비디오 대여 순위와 나란히 만화 판매 순위가 실릴 정도로 만화는 어린이는 물론 20대의 두꺼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만화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만화는 바른 대중 문화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 좀 더 신중하게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정확하면서도 고운 말을 전파하는 매체로 발돋움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