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처녀’ 군 유의어의 뜻풀이 정교화

김광해(金光海) / 서울대학교

정확한 사전을 만들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 항목들은 다양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뜻풀이 부분이다. 그간 이런 방면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작 최근에 나온 국어사전에서도 정확한 뜻풀이 문제는 소홀히 되어 있다. 어휘소 하나의 뜻풀이만 보게 되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얼른 파악이 되지 않지만, 의미가 비슷비슷한 유의어들의 뜻풀이를 비교해 보면 현재 우리 사전들의 뜻풀이 수준이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 <표>는 ‘아가씨, 처녀’로 대표되는 유의어들의 뜻풀이를 비교하여 본 예인데, 현재의 상황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간단한 비교 작업만으로도 단어 하나 하나의 의미에 대한 정밀한 검토 작업이 기초 연구의 차원에서 중요한 선결 과제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여기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유의어 군의 의미 비교를 거론했지만, 유의어 군이 존재하지 않는 단어라 하더라도 정밀한 정의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뜻풀이 정교화 작업은 단어의 의미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확하게 포착해 내어 그것을 쉬운 말로 풀이하는 일이다. 이 작업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학생들이 국어 공부를 할 때,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울 때 단어들의 의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참고물이 될 수 있다.
둘째, 국어사전의 질적인 수준을 보장한다.
셋째, 국어 어휘를 기반으로 의미를 정보화하고자 할 때 기초 자료가 된다.
넷째, 어휘소의 체계적 분류를 위해서 필요하다.
다섯째, 정밀한 낱말 망 구축을 위한 기본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여섯째, 우리말을 사랑하고, 정성 들여 관리하고 있다는 상징적 표상이 된다.

이러한 뜻풀이 정교화를 위해서는 먼저 뜻이 비슷한 단어들을 묶어 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해당 단어들을 대상으로 그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러한 뜻풀이 작업은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다. 뜻풀이(정의 내리기)가 가지는 기본적인 한계로 인한 난관이 있을 뿐 아니라, 여기서 포착하고자 하는 정보가 양적으로 방대하며, 질적으로 복잡하다. 양적으로는 3만에서 5만 개에 이르는 어휘소를 다루어야 하는 일이며, 질적으로는 이 단어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비교, 검토한 뒤 그 결과를 다시 정교하게 기술을 해야 하는 일이다. 이 과제는 요즘 생명 과학 연구에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DNA 정보 해독 작업에 비견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뜻풀이 정교화 작업은 국어에 관한 게놈 프로젝트라고도 부를 만하다. 우리말을 아끼고 가꾸자는 목소리가 많기는 하지만, 이 성과를 당당히 내보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말을 성실하게 가꾸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