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호함진 첫눈’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2000년 8월 5일∼12일 사이에 남측의 주요 언론사 대표들이 평양을 다녀왔다. 여기에서 남북한 언론 교류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앞으로 방송 교류는 급속히 활발해질 전망이고 신문의 경우는 금년 9월부터 우리의 주요 일간지 10가지를 2부씩 판문점을 통해 보내고 ‘로동신문’ 등 북한의 주요 일간지 3∼4종을 역시 판문점을 통해 들여올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는 달러가 없어서 돈 내고는 못 본다.”며 신문을 공짜로 주면 좋겠다고 여유 있는 농담을 했다고도 전한다. 어떻든 방송과 신문이 대량 전달 매체로서 앞으로 남북한 언어 차이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리라고 생각한다. 아래에서 지난 호에 이어 우리에게 낯선 북한 말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가쯘하다’는 ‘층이 나지 않게 가지런하다’의 뜻이다. “어디선가 도끼들이 타닥거리고 톱들이 쓰르릉쓰르릉 나무를 켜댔다. 권학식은 자를 대고 키가 가쯘하게 켜서 패놓은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고있는 젊은 유격대원들옆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백두산 기슭”,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8, 130쪽>처럼 쓰이는 말이다.
   ‘내밀성’은 ‘일을 세게 추진시키거나 해제끼는 능력이나 그런 성질’을 가리킨다, “(내가 벌써 늙어버렸나? 결단성없이 내밀지 못하구, 흠, 흠) 사실 몇해만에 한번씩 있게 되는 이곳 제철소의 용광로대 보수전투는 그때마다 이 내밀성있는 부기사장이 맡아해오고 있었다.”<“백두산 기슭”,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8, 130쪽> 등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뚝쟁이’는 ‘성격이 뚝한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이다. “‘원, 아들의 마음을 몰라주실 어머님인줄 아오?’ 하고 남편이 귀등으로 스쳐버리며 이렇게 대답하는바람에 부성례는 속으로 은근히 약이 올랐다. 남자들이란 어쩌면 이렇게도 뚝쟁이들일가….”<“그들의 운명”, 현희균, 문예출판사, 1984, 28쪽> 등으로 쓰인다.
   ‘상껏’은 ‘위 수준에 오를 수 있는 데까지 다 오른 정도’를 뜻한다. “태진은 아무 표정없이 가다하라의 말을 듣기만하였다. 이자가 오늘은 자기를 상껏 추어올리고 얼려대며 여간 신중한 태도로 다루는것이 아니였다.”<“새로운 항로”, 황 건, 문예출판사, 1980, 45쪽> 등의 예문을 들 수 있다.
   ‘앗다’는 ‘두부나 묵 같은 것을 만들다’의 뜻이다. “뜻밖에도 김정숙동지께서는 서도실이와 함께 콩물을 끓이고계시였다. 어제밤 두부를 앗겠다고 콩을 불쿠시더니 어느새 망에 갈아 콩물을 낸것이다.”<“그리운 조국 산천”, 박유학, 문예출판사, 1985, 361쪽> 등으로 쓰인다.
   ‘호함지다’는 ‘마음에 흐뭇할 만큼 탐스럽다’의 의미이다. “앞날의 모든 일을 지금 당장 다는 예상할수 없지만 큰 포부와 희망을 품고 북만땅을 떠나 여기 백두산지구까지 일부러 찾아나오신 장군님께서는 백두산밀영에서 맞게 되신 첫아침에 푸지고 호함지게 내린 첫눈을 보시는 순간부터 한량없이 마음이 밝고 명랑해지시였다.”<“압록강”,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3, 41쪽> 같은 예를 찾을 수 있다.
   민족어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이 남북한의 합의로 가쯘하고 내밀성 있게(?) 추진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