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도
조항범(趙恒範) / 충북대학교
일본의 ‘독도’ 망언은 그야말로 억지 떼거리여서 대꾸할 가치도 없지만 그 저의가 괘씸하여 불쾌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평소 우리가 독도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반문해 보면 스스로 부끄러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독도’라는 지명 자체가 본래의 이름이 아니고 엉뚱하게 붙여진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자괴심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독도’와 관련된 명칭은 시대에 따라 문헌에 아주 다양하게 나온다. 성종 때의 ‘삼봉도(三峰島)’, 정조 때의 ‘가지도(可支島)’, 19세기 말 이후의 ‘석도(石島)’, ‘독도(獨島)’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지금 울릉도 현지 주민들은 ‘독섬(즉, ‘돌섬’)’이라는 조금은 색다른 명칭에 익숙하다. 이 ‘독섬’은 ‘石’을 뜻하는 ‘독’과 ‘島’를 뜻하는 ‘섬’이 결합된 순수 고유어이다. 지금도 전라도 지역에서는 ‘돌’을 ‘독’이라 하고 또 이 지역에는 ‘독섬’이라는 섬까지 실제 존재한다. 조선조 말(1883년) 울릉도에 대한 재개척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을 때 전라도 사람들이 대부분 이주하였다는 점에서, 울릉도와 인접한, 돌로 된 섬을 자기 지역 말로 ‘독섬’이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문헌에 보이는 ‘석도(石島)’는 바로 우리말 ‘독섬(돌섬)’을 한자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자어 ‘독도(獨島)’는 ‘독섬’을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독’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자 그저 음이 같은 ‘독(獨)’을 이용하여 만든 엉뚱한 명칭이다. 이로 보면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고 ‘돌로 된 섬’일 뿐이다.
한편, 일본 사람들은 17세기 이후 ‘울릉도’를 ‘죽도(竹島, 다케시마)’, ‘독도’를 ‘송도(松島, 마츠시마)’라고 불러 왔다고 한다. 아마 울릉도에는 대나무가 많아서, 독도에는 소나무가 많아서 그러한 명칭을 부여한 것일 터인데 지금도 울릉도에는 대나무가 많기에 그러한 명칭이 제대로 어울리나, 독도에는 소나무는커녕 어떤 나무도 없어 ‘송도(松島)’라는 명칭이 무색하다. 그러나 독도 여러 곳에서 나무 그루터기가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송도(松島)’라는 명칭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19세기 말 이후 일본에서는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명칭에 아주 심한 혼란이 일어났다. 울릉도를 ‘죽도’ 또는 ‘송도’라고도 하고 독도를 ‘송도’ 또는 ‘리앙쿠르島’라고도 하다가, 1905년 이후에는 독도를 ‘죽도’로, 울릉도를 지금과 같이 ‘울릉도’로 부르게 되었다.
울릉도를 가리키던 ‘죽도’가 돌연 독도를 가리키게 되어 실제 독도에 대한 명칭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독도’에 대한 자기네 이름(즉, ‘송도’)도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 땅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니 역사적 사실은 들추지 않더라도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인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도 ‘독섬’ 이전의 순수 우리말은 잃어버렸지만,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독섬’이라도 살려 써야 한다. 이제 ‘독도’는 동해 바다 끝에 애처롭게 달려 있는 작은 섬이 아니라, 묵직한 돌로 자리를 튼 우직한 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