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한글날 기념 행사와 관련하여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민족 문화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그 민족의 말과 글이다. 따라서 민족 문화를 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나아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말과 글을 다듬고 가꾸며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이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여러 민족 중에서 고유의 문자를 지니고 있는 민족이 소수에 불과함을 생각할 때 우리의 고유 문자 한글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매년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부각시키고자 기념 행사를 치르고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부처는 문화관광부이고, 주무 과는 국어정책과이다. 먼저 금년 한글날 기념식은 10월 9일(월) 10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거행되는데 이 자리에는 3부 요인, 정당 대표, 국회의원, 국어학계 문화 예술계 교육계 인사 및 각 부처 공무원 등이 참석하게 된다. 이 기념식에서는 세종 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되새기게 되고, 국내외에서 국어학 연구와 한국어 발전을 위해 큰 공헌을 한 국어 발전 유공자에게 훈장과 상장을 수여하게 된다. 또한 특별히 세종 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세종문화상’이라 상을 만들어 문화, 학술, 과학 기술, 교육, 국방 안보 분야로 나누어 그 분야에서 월등한 공적을 세운 단체나 개인에게 상금과 상장을 수여하게 된다.
   아울러 올해 한글날 계기 문화 학술 행사로는 ‘한글의 세계화 선언식’과 한글 주제 창작 무용 ‘한글 춤 2000―큰 만남을 위하여’ 행사가 있고, ‘한말글 이름 큰 잔치’, ‘주한 외국인 한글 백일장 대회’ 등을 손꼽을 수 있다.
   특히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한글의 세계화 선언식’은 10월 8일에 덕수궁에서 실시되는데 10시 30분에 세종대왕 동상 앞에 ‘꽃 바치기’ 행사를 시작으로 ‘한글의 세계화 선언문 낭독’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글짓기 대회’, ‘외국인 한글 쓰기 대회’, ‘한글 서예 작품 전시’ 등 일련의 행사가 동시에 펼쳐진다. 이어서 ‘훈민정음 서문 글씨 전달식’ 등의 기념 행사를 한 후에, ‘한글의 세계화 경축 공연’ 행사가 오후 2시에 있게 된다. 한글 서예 작품은 중견 작가 60여 명이 훈민정음 서문을 다양한 한글 서체로 표현함으로써 한글의 아름다움을 과시할 뿐만 아니라 이들 작품을 국외에 있는 각 기관에 기증함으로써 한글의 우수성도 마음껏 자랑하게 될 것이다. 행사 장소를 서울 도심의 중심인 덕수궁 야외 무대를 선택한 것도 수많은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해서이다.
   창작 무용 ‘한글 춤 2000―큰 만남을 위하여’는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이라는 한민족의 핵심어만을 다루는 특별 공연이다. 한글이, 분단 55년 만에 만난 남과 북이 하나임을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매개체였음을 강조할 것이다. 10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이 공연은 특별히 꿈에서 현실 단계로 접어든 통일의 염원을 담았다. 사람이 서고 구르고 눕는 것은 한글 모음자의 생성 원리인 천 지 인을 상징하고, 정교한 동작들은 발성 기관의 움직임을 본뜬 자음자의 아름다움을 재현한다고 한다.
   ‘한말글 이름 큰 잔치’는 한글학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사람 이름, 상호, 상품 이름 중에서 빼어난 이름을 골라 시상하는 행사로 금년이 여덟 번째이고, ‘주한 외국인 한글 백일장 대회’는 연세대학교가 주관하는 행사로 금년이 아홉 번째이다.
   그 외에도 각 지방에서는 그 지역 특성에 맞게 특별 강연을 실시하거나 문화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국어 사랑, 나라 사랑’ 의식을 고취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아무튼 이 지구 상에서 자기 고유의 문자를 창제하여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래서 국내나 국외에 있는 국어학자들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우리 국민은 이 날을 경축하고 싶어한다. 한글은 이제 우리만이 소유하는 문자가 아니고,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문자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제 우리 민족이 문화 민족이라는 긍지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한글날을 단순한 기념일에서 국가 경축일로 추진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