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어의사’, ‘외조’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인간의 언어는 동물의 의사 소통 체계와 여러 가지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창의성’을 들 수 있다. 인간만이 필요에 따라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인간이 새로운 단어, 즉 신어를 만들어내는 방법의 하나로 유추가 있다. 유추란 의미적·형태적으로 비슷한 다른 단어를 모델로 하여 어떤 단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유추에 의해 빈번하게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는데 이 자리에서는 유추에 의해 만들어진 말들 가운데 흥미 있는 예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1)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UN 해양법 체제에 따른 어장 축소에 대처하고 위생적인 수산물 생산을 위해 어의사 제도를 신설키로 하는 등의 ‘기르는 어업 육성법’을 입법 예고했다.

(2) ㄱ. 춤 못 추는 몸치 모두 모두 모여라.
ㄴ. ‘음치’는 무방하나 ‘몸치’는 용납이 안된다. DDR 열심히 연습해라.

(1)의 예에서 ‘어의사(魚醫師)’는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수의사(獸醫師)’에 유추하여 만들어진 단어이다. (2)의 ‘몸치(-癡)’는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서 ‘음치(音癡)’에 유추하여 만들어졌다. 이러한 점은 (2ㄴ)에서 ‘음치’와 ‘몸치’가 대조되어 있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유추에 의한 새말 만들기는 기본적으로 모든 낱낱의 한자가 의미를 가지는 한자의 단어 문자적인 성격에 의해 더욱 확대되어 가는 듯하다. 예를 들어 ‘어의사’의 경우, ‘수의사(獸醫師)를 ‘수(獸)’와 ‘의사(醫師)’로 분석하여, 앞말인 ‘수’ 대신에 물고기를 의미하는 ‘어(魚)’로 대체하여 ‘어의사’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반면 ‘몸치’의 경우, ‘음치(音癡)’를 ‘음(音)’과 ‘치(癡)’로 분석하여, 앞말인 ‘음’ 대신에 ‘몸’으로 대체한 것이다. ‘길치(-癡)’, ‘요리치(料理癡)’와 같은 말도 ‘음치’에 유추되어 만들어진 말로 보인다. 그 결과 ‘치(癡)’는 이제 접미사화한 느낌마저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유추는 어떤 말과 의미적으로 반대되거나 대비되는 새로운 말을 만들 때 보다 쉽게 이용된다.

(3) 97년 결혼한 남편의 외조가 큰 힘이 된다는 그녀는 …….

(4) 혼외 정사라 함은 조강지처나 조강지부를 제외한 타인과 정사를 벌이는 것을 말한다.

(5) 일전에 발표된 98년도 여성 백서에 보면 세 쌍 결혼에 한 쌍 꼴로 이혼하고, 이혼녀는 과년한 총각이나 이혼남과 결합한다는 상식을 깨고 초혼남과의 결혼이 급증하고 있는데 …….

(6) 그녀의 극중 캐릭터는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란 금주 역으로 주위의 도움 없이는 식사 한 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마마걸이다.

(3)의 ‘외조(外助)’는 ‘아내가 사회적인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줌’을 의미하는 말로 1980년 후반 이후 간행된 사전류에서부터 등재되기 시작한 말로 ‘남편이 사회적인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아내가 도와줌’을 의미하는 ‘내조(內助)’에 유추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4)의 ‘조강지부(糟糠之夫)’는 ‘조강지처(糟糠之妻)’에 유추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5)의 ‘이혼남’과 ‘이혼녀’는1980년대 후반 이후 간행된 사전류에서부터 동시에 등재되기 시작한 말인데 ‘이혼남’도 역시 ‘이혼녀’에 유추되어 만들어진 말이라 할 수 있다. 예문의 ‘초혼남’도 마찬가지이다. (6)의 ‘마마걸(←mamma’s girl)’도 외래어이긴 하지만 ‘마마보이(←mamma’s boy)’에 유추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숏다리’와 ‘롱다리’의 관계도 이와 같다.
   이와 같이 유추에 의해 만들어진 말은 때론 ‘조강지부’, ‘초혼남’처럼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외조’, ‘몸치’처럼 아주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양면성이 있음에도 유추에 의한 신어 만들기는 앞으로 널리 확대될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