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와 ‘-ㄴ데요’
백승문(白承文) / 양정고등학교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고마워요’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요?”“윗분께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왜죠? ‘요’가 있으면 존칭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런 대화 끝에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1986년쯤이었을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취직을 한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돌아가면서 아버지께 인사를 이렇게 했다.
“아저씨, 고마워요.”
주말이 돼서 시골에 내려갔더니 우리 아버지께서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놈 못쓰겠더라.”
그러고 나서 오륙 년이 지난 어느 해 겨울, 경운기를 타고 신작로까지 가는데 아랫마을 아저씨(우리 아버지보다 몇 년 연상이셨다)께서 ‘같이 가자.’라며 올라타셨다. 도중에 그 마을에서 내리며 그 아저씨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고마워요.”
그리고 조금 더 가서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고마워요’는 이럴 때 쓰는 거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떠한 말의 올바른 쓰임새를 알고 나면 평생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존칭의 보조사 ‘요’에 대한 공부가 안 된 학생들로부터도 이런 말들은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다시 한 번 말해 줘요.”(이게 학생이 교사에게 할 말일까?)“종례 좀 빨리 끝내요.”(아랫사람에게 짜증을 섞어 명령할 때나 쓰는 말이다.)물론 그때 기분은 영 말이 아니지만 이젠 방법이 없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고쳐 주는 것밖에는.
학교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경험하는 일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수업 시작종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나서야 교실 문을 열고 불쑥 들어와 제자리로 태연히 들어가는 학생에게) “어디에 갔다가 이제서야 들어오는 거냐?”(이때 교사는 약간 기분이 나쁘다.)“화장실 갔다 왔는데요?”(이 경우에 말꼬리는 위로 올라간다. 자기도 기분이 나쁘다는 뜻)“데요?”(이때 교사는 기분이 아주 나쁘다.)
“아니, 갔다 왔습니다.”(조금 미안해하는 모습이 보인다.)“그렇지. 앞으로는 꼭 그렇게 말해라. 알겠느냐?”(교사의 기분이 흐뭇해진다.)“알았는데요.”(학생들은 일제히 웃고, 말한 학생은 머쓱해한다.)이 ‘데요’가 문제다. 왜냐하면 이것은 딱부러지게 끝맺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화장실 갔다 이제 들어왔는데 뭐 잘못됐느냐? 난 화장실도 못 갔다 오느냐?’ 하는 항변이 그 안에는 있다. 그 항변이 정당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거기에는 자기 생각만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익혀 가지고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배운다고 하는 것이리라. 학생이 배우려고 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