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몰래카메라’, ‘먹자골목’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신문은 신속한 정보 전달을 생명으로 한다. 이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사회가 변하여 새로운 개념·문물·제도·사건이 생기면서 이에 발맞추기 위해 신문 기자들은 부득불(不得不) 우리 국어사전에 없는 새로운 말을 써야 할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게 하여 쓰이기 시작한 신어는 처음엔 생소하게 들리다가 어느 정도 반복적으로 사용됨으로써 당당한 국어 단어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신어 가운데는 국어의 일반적인 조어 방식과 어긋나 이상한 느낌을 주는 예가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다음을 들 수 있다.

(1) 얌체 운전족들에겐 위반일부터 3일 이내에 어김없이 ‘몰래카메라’가 찍은 ‘부끄러운’ 사진과 함께 범칙금 스티커가 날아가기 때문이다.

(2) 치매·뇌졸증 노인을 모신 가족들이 정보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방 ‘동병상련’을 비롯해 노인 용품 바꿔쓰기방, 시어머니 흉보기방, 홀로노인 중매방도 눈길을 끈다.

(3) 이 깜짝쇼는 연인 코네트를 위한 스타인의 완벽한 작품이었다.

위의 예들은 모두 부사에 명사를 결합시켜 신어를 만든 경우이다. (1)의 ‘몰래카메라(몰래+카메라)’는 1990년대 초반 모 TV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널리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이 말은 ‘몰카’처럼 준말로 쓰이기도 한다. 부사 ‘몰래’를 이용한 신어로는 ‘비밀 개인 교습’을 의미하는 ‘몰래바이트(←몰래+Arbeit)’를 추가할 수 있다. (2)의 ‘홀로노인(홀로+노인)’은 비교적 최근에 쓰이기 시작한 말이지만 점점 널리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3)의 ‘깜짝쇼’는 의성·의태성 부사인 ‘깜짝’에 영어에서 기원한 명사인 ‘쇼(show)’를 결합시켜 신어를 만든 경우로 신문의 기사 제목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하여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되어 쓰인 말로 보인다. 이러한 유형의 말로는 ‘깜짝투’, ‘반짝세일’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이렇게 부사에 명사를 결합시켜 신어를 만드는 방식은 국어의 일반적인 조어 방식에 있어서 부자연스럽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로국밥’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조어 방식을 이용하여 순화어를 제정한 바 있기도 하다.
   반면 다음의 예는 동사의 활용형 뒤에 명사나 접미사를 결합시켜 신어를 만든 경우로 이는 국어의 조어 방식과 크게 어긋난다.

(4) 갖가지 놀이 기구를 갖춘 수상 랜드가 24시간 불을 밝힌다. 주변에는 먹자골목과 해수탕이 대기하고 있다.

(5) 르윈스키가 일상생활에서도 남자들과 난잡하게 어울리며 밤새 술을 퍼마시고 보기 흉할 정도로 패스트푸드에 집착하는 등, ‘막가파’ 식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6) 한편 각종 인터넷 증권 사이트에는 막심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졌으며 ‘묻지마투매’를 경계하며 이성을 되찾자고 호소하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좀 더 엄밀히 얘기해서 위의 예들은 동사의 종결형 뒤에 명사나 접미사를 결합시켜 신어를 만든 경우이다. 즉, ‘먹자.’, ‘막 가.’, ‘묻지 마.’라는 동사의 종결형이 신어의 앞말로 쓰인 것이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신어로는 ‘묻지마세/묻지마투자/묻지마관광’, ‘야타족’, ‘놀자판’, ‘사자주문/팔자주문’ 등을 더 들 수 있다. 현재 이런 식의 신어 만들기가 유행을 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펴본 신어들은 이전의 국어 조어 방식과 다르게 만들어져 쓰인 말로 비교적 최근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조어 방식에 의한 신어 만들기는 국어 어휘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으나 국어의 주요한 특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신어를 사용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