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질 문

‘풋나물’의 ‘풋’과 ‘푿소’의 ‘푿’은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달리 적습니까?

 

질문에서처럼 ‘풋나물’, ‘푿소’의 ‘풋’, ‘푿’을 혼동하여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풋나물’의 ‘풋’과 ‘푿소’의 ‘푿’이 의미적으로 비슷할 뿐만 아니라 끝소리가 모두 ‘ㄷ’으로 발음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들을 달리 적어야 하는 것일까요? 이를 위해 우선 ‘풋나물’의 ‘풋’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풋’은 아래 (1)의 예처럼 현대국어에서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처음 나온’ 또는 ‘덜 익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쓰이는 말입니다. ‘풋’은 ‘픐(>풋나물)’처럼 ‘플[草]’에, 다른 말과 결합하여 합성어를 만들 때 들어가는 사이시옷이 결합한 ‘픐’에서 온 말이지만 지금은 ‘풀[草]’과의 연관성이 희박해져 ‘처음 나온’ 또는 ‘덜 익은’의 의미로 쓰이기 된 것입니다. 또한 ‘플+ㅅ+’은 ‘픗’이 되었다가 현대국어처럼 ‘풋나물’이 되어 ‘풋’은 의미뿐만 아니라 형태적으로도 ‘풀’과는 전혀 다른 말로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대국어 ‘풋나물’은 접두사 ‘풋’에 ‘나물’이 결합한 말로 보아야 합니다.

(1) 풋거름, 풋것, 풋고추, 풋과일, 풋내, 풋내기, 풋냄새, 풋나물, 풋대추, 풋밤, 풋사랑, 풋수염, 풋심, 풋잠, 풋절이, 풋콩, 풋향기

반면 ‘푿소’는 ‘여름에 생풀만 먹고, 사는 소’라는 의미를 가져 아직 의미적으로 ‘풀[草]’과의 연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푿소(<풀소)’는 ‘풀’과 ‘소’가 결합한 말로서 앞의 ‘풋나물’과는 다른 구조를 갖습니다. 그런데 끝소리로 ‘ㄹ’을 가진 말이 다른 말과 어울릴 때 끝소리 ‘ㄹ’이 ‘ㄷ’ 소리로 나기도 하는데 이때는 소리 나는 대로 ‘ㄷ’으로 적기로 함에 따라 ‘푿소’로 적는 것입니다.(‘한글 맞춤법’ 제29항 참조)
   이와 같이 끝소리가 원래는 ‘ㄹ’이었으나 ‘ㄷ’ 소리로 나서 ‘ㄷ’으로 적는 예로는 다음 (2)를 들 수 있습니다.

(2) 반짇고리(바느질∼), 사흗날(사흘∼), 삼짇날(삼질∼), 섣달(설∼), 숟가락(술∼), 이튿날(이틀∼), 잗주름(잘∼), 섣부르다(설∼), 잗다듬다(잘∼), 잗다랗다(잘∼)

결국, ‘풋나물’, ‘푿소’의 ‘풋’, ‘푿’은 의미적으로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의미를 가지는 별개의 말이기 때문에 달리 적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