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컴에서 샘과 겜 한 판!

 

강호영(姜虎榮) / 서울 성남고등학교

얼마 전 고등학생으로부터 “컴에서 샘과 겜 한 판!”이라는 내용의 전자 메일(e-mail)을 받은 일이 있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몰라 학생들에게 물어 봤더니 컴퓨터 통신상에서 선생님과 만나, 게임 한번 하자는 소리란다.
    논술 지도를 하면서 학생들이 써오는 글을 보면 맞춤법, 띄어쓰기 등이 엉망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까지 해 보았다. 대학에서는 논술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지만 너무나 현실을 무시한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학생들은 지금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틀리지 않게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어 교육을 맡은 교사로서 책임을 통감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국어 교육보다도 매스컴이나 컴퓨터 통신,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가 학생들의 언어 생활에 무엇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요즘은 컴퓨터 통신이 청소년의 언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래의 글은 어떤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오늘 여그 첨왔는디 참말로 좋아부네
근디 여그다가 나쁜말쓰믄 눈 껌쁙헐새에 싸그리 지워져
뿔꺼같구마...선상님이 답장을 보내주는거 같던디...
나의 정체가 알고싶담믄 갈마를 찾으쇼 구라로∼∼∼

기성 세대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 글을 보면 우선, 소리 나는 대로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맞춤법, 띄어쓰기는 아예 무시하고 소리 나는 대로 글을 쓴다. 컴퓨터 통신은 사용 시간만큼 이용료를 지불하므로 글을 쓸 때도 되도록 빨리 쓰려고 한다. 단어를 축약해서 쓰는 것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이다. 위 글에 있는 첨(처음)이 그런 경우이고, 이외에도 샘(선생님), 겜(게임), 설(서울) 등이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 ‘∼∼∼’ 등의 말 줄임 기호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언젠가 한 번 외국인과 통신상에서 인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How r u?”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How are you?”의 약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처럼 빨리 쓰다 보니 띄어쓰기는 아예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일례로 의존 명사는 거의 붙여 쓴다. ‘껌쁙헐새에’, ‘지워져뿔꺼같구마’, ‘보내주는거’라는 말에 있는 ‘새’, ‘꺼[거]’, ‘거’ 등은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하는데도 거이 지키지 않고 있다. 한편 컴퓨터 통신상에서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욕설이나 상대를 무시하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고 은어와 속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문제이다. 위 글에서도 ‘구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거짓말’이라는 뜻의 비속어로서 흔히 요즘 N세대라 불리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쓰인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언어 습관이 글을 쓸 때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편지나 연설문을 쓸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논리적인 글을 써야 할 때도 축약된 어휘, 구문 형식이 무시된 문장, 글의 형식에 어울리지 않는 대화체의 어휘 구사, 그리고 맞춤법, 띄어쓰기를 무시한 경우가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어나, 맞춤법 규정을 정비하는 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규정이 있어도 언중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의 언어 생활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