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쓰기

따져 가며 문장 쓰기

 

허철구(許喆九) / 국립국어연구원

좋은 문장을 쓰려면 자기가 쓴 문장이 문법에 맞는지 의도한 뜻은 잘 표현되었는지 스스로 트집잡고 조곤조곤 따져 보아야 한다.

(1) 거리는 온통 어둠으로 배어 있다.

위 문장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면서도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준다. 그 이유는 글쓴이가 분명하고 명징(明澄)한 생각으로 알맞은 말을 찾아 쓴 것이 아니라 유사한 표현과 의미에 이끌려 이러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쓴 데 있다. 좀 더 세심한 글쓴이라면 다음과 같이 따져 보고 문장을 바로잡았을 것이다.
    <'어둠으로 배어 있다'가 좀 이상한데? 비슷한 예는 없나? '옷이 사과물로 배다'? 꽤 이상하다. 아, '옷에 사과물이 배다'가 자연스럽구나. 그렇다면 '거리에는 온통 어둠이 배어 있다'처럼 쓰는 것이 맞겠다.> 이러한 '따지기'는 다음 예들도 바른 문장으로 이끌어 준다.

(2) 이번 인터뷰를 하는 한 시간 동안 나는 내심 표현은 안 했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였다는 뜻으로 쓴 건데, '내심'이 '표현은 안 하다' 바로 앞에 있어 독자가 오해할지도 모르니 순서부터 바로잡아야겠다.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다음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겉으로 드러난 행위에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속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라고 하니까 어색하잖아. 그렇다면 그냥 평범하게 '의아하게 생각했다'라고 쓰자.>

(3) 무지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눈속여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눈속임'은 있어도 '(사람들)을 눈속이다'라는 말이 있나? 그래, '(사람들)의 눈을 속이다'가 맞는데 착각했구나. 어? 그런데 여기서는 쉽게 '사람들의 눈을 속여'로 고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네. 뒤의 '이용하고'의 목적어도 '사람들을'이니까 달리 바꿀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그냥 '사람들을 속여'라고 해야 되겠다.>

(4) 엄마의 희생을 당연시 생각했던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쓴 건데 뭔가 이상하네. '당연시'라고 많이 쓰던데 정확히 어떤 용법이지? '등한시하다, 적대시하다' 같은 말이 있네. '*등한시 생각하다, *적대시 여기다'가 이상야릇하니 '당연시 생각하다'도 말이 안 되는구나. '당연시하다'가 옳겠다.>

만약 글쓴이가 애초에 이와 같이 따져 보았다면 쉽게 잘못을 바로잡았을 것이다. 조금 귀찮더라도 문장을 쓰고 나서 이리저리 따져 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