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띄어쓰기(2)
이선웅(李善雄) /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숫자와 관련한 띄어쓰기에서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서도 지난 호에 이어 그러한 경우를 몇 가지 더 보이도록 한다. 첫째, 차례를 나타내는 접두사 ‘제(第)-’가 붙는 경우에 ‘제-+숫자’는 그 뒤의 명사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쓸 수도 있다. 다음 예들에서 그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 가. 제일 차 세계 대전, 제삼십 사단, 제7 회, 제3 비행장
나. 제일차 세계 대전, 제삼십사단, 제7회, 제3비행장
다. 일 차 세계 대전, 삼십 사단, 7 회, 3 비행장
라. 일차 세계 대전, 삼십사단, 7회, 3비행장
위의 예문 (1가)에서는 ‘제-+숫자’가 그 뒤의 명사와 띄어 쓰고 있다. 이 경우 숫자는 우리말로 쓰든 아라비아 숫자로 쓰든 상관없다. 그런데 맞춤법 규정 제43항은 (1가)와 같은 경우에서 뒤의 명사를 앞의 숫자에 붙여 (1나)처럼 쓸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또 때때로 접두사 ‘제-’를 생략하여 (1다)처럼 쓰는 일도 있는데, 이 경우도 역시 (1라)처럼 숫자와 뒤의 명사를 붙여 쓸 수 있다.
둘째, 연월일, 시각 등을 표현하는 말과 그 앞의 숫자는 붙여 쓸 수 있다. 다음의 예가 그러하다.
(2) 가. 천구백팔십구 년 사 월 이십사 일 열 시 사 분
나. 천구백팔십구년 사월 이십사일 열시 사분
다. 삼월에는 꽃이 핀다, 계절의 여왕 오월
이 경우 기억해 두어야 할 사실은 ‘일월, …, 십이월’의 달 이름은 한 단어로 굳어졌기 때문에 단독으로 쓸 경우에는 (2다)처럼 언제나 붙여 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연월일시가 둘 이상 나열되는 경우에는 (2나)처럼 붙여 쓸 수도 있지만 (2가)처럼 띄어 씀이 원칙이다.(‘유월, 시월’은 ‘유 월, 시 월’로 쓰지 않으므로 언제나 붙여 쓴다.) 왜냐하면 ‘연, 일, 시, 분, 초’는 숫자와 띄고 ‘월’만 숫자에 붙이는 것은 아무래도 합리적인 띄어쓰기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월일시는 그 앞의 숫자에 붙여 쓸 수 있지만, 연월일시의 기간을 표현하는 말은 그 앞의 숫자에 붙여 쓰지 않는다. 다음이 그 예인데, (3가)가 옳게 띄어 쓴 것이고 (3나)처럼 붙이는 것은 틀린 띄어쓰기이다.
(3) 가. 삼 (개)년 육 개월 이십 일(간)
나. 삼(개)년 육개월 이십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