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오용의 사례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타나는 외국어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인터넷은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분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자는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어문 규범을 지키지 않는 표기가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은 물론, 비속어, 은어, 외래어 등의 범람 현상이 나타나 국민들의 실제 언어 생활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 우려된다. 이 글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타나는 국어의 오용 현상 중 외국어 범람에 관한 몇 가지 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한때 말을 할 때 영어를 슬쩍슬쩍 섞어 쓰는 사람들을 우스개로 흉내내는 게 유행인 적이 있었다. 외국 유학을 갔다 와 자신의 영어 실력을 은근히 자랑하려는 식자층의 태도를 희화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말 속에 영어를 끼워 쓰는 것이 마치 바지저고리에 넥타이를 매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그들 세계에 다른 사람들을 끼워 주지 않으려는 지식인들의 배타적인 태도가 못마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만일 그 당시에 인터넷이 보편화되었더라면 아래에 보이는 예들은 그러한 우스갯소리에 나오는 소재가 되었을 법도 하다.

(1) 가. 영화보다 cool한(→멋진) 음악
나. 정보를 편리하게 search하실(→찾으실,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다. 광고 집행 상황이 실시간 리포트됩니다.(→실시간으로 보고됩니다.)
라. 미국, 일본 등을 연결하여 World-Wide한(→세계적인) 놀이 문화 정착에 앞장서겠습니다.

인터넷을 탐험하면서 우리는, 충분히 우리말로 해도 될 것을 외국어를 사용해 오히려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런 현상은 신세대를 주 이용자로 하는 연예·오락 사이트에서 특히 심한데, 이때 로마자를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신조어를 가장 쉽게 받아들이는 신세대들조차도 쓰지 않는 말이 대부분이어서 운영자들이 홈페이지를 감각적으로 꾸미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쓰게 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외국어에도 없는 신어를 양산해 내기도 한다.

(2) 가. 터보 TONIGHT 뮤비(←뮤직비디오) 전격 공개
나. 광끼(→광기)의 스타 토크멘터리(←토크+다큐멘터리)

반면, 아래의 예들은 아예 영어 문장에서 그대로 옮기다시피 한 것이어서 웬만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도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다.

(3) 가. Hollywood Worst Actor 리스트를
나. 라디오 에어플레이만으로 세운 기록으로 ‘The Most Added Song on Radio in America’s History’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가)는 ‘헐리우드 최악의 배우 명단을’으로, (나)는 “라디오 방송에서만도 ‘미국 역사상 라디오에서 방송을 가장 많이 탄 노래’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정도로 바꾸면 되겠다.
    인터넷은 이제 방송 매체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 오른 글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언어 생활에 직접·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운영자들은 좀 더 신중히 언어를 선택하여 또 다른 언어 공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