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짜짱면’, ‘짬뽕’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적어도 한두 번쯤은 부모님을 졸라 ‘자장면’을 맛있게 사 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생일, 입학, 졸업과 같은 아주 특별한 날이면 으레 먹게 되던 음식도 ‘자장면’이다. 이렇게 ‘자장면’이, 한국인에게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자장면’과 더불어 중국 요리로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또 하나는 ‘짬뽕’이다. ‘자장면’, ‘짬뽕’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의 하나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자장면’과 ‘짬뽕’이 어디에서 유래한 말인지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문 것 같다. 이 자리에서는 ‘자장면’과 ‘짬뽕’이라는 말의 유래와 더불어 그 정확한 표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짜장면[Zhajiang麵] → 자장면

우선 ‘자장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자장면’은 중국어 ‘Zhajiangmian(炸醬麵)’에서 온 말로, 고기와 야채를 중국 된장인 ‘자장’으로 볶은 것에 면을 넣어서 비벼 먹는 중국 요리를 가리킨다. 실제 국어 생활에서는 ‘자장면’보다는 ‘짜장면’이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중국어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만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면 ‘자장몐’이 되어야 올바를 것이다.
    그러나 ‘자장몐’이라는 표기는 실제 발음인 ‘짜장면’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 때문에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자장면’을 중국어 ‘자장[Zhajiang(炸醬)]’과 한자어 ‘면(麵)’이 결합한 말로 보아 ‘자장면’이라 적도록 하였다. 우리말에서 ‘면’이 독자적으로도 쓰일 수 있는 말이어서 이러한 결정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방송에서조차 ‘짜장면’ 대신 ‘자장면’으로 하고 있어 ‘자장면’이 정착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짬뽕[ちゃんぽん] → ① 초마면, 얼큰탕 ② 뒤섞기

‘짬뽕’은 일본어 ‘ちゃんぽん’에서 온 말로 각종 해물과 야채를 섞어서 끓인 중국 요리를 가리킨다. 이 말도 외래어 표기에 따라 정확히 적는다면 ‘잠퐁’이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외래어라는 인식이 거의 사라져 완전히 고유어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점을 고려하여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 ‘짬뽕’을 ‘초마면(炒碼麵)’으로 순화하여 될 수 있으면 순화어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초마면’은 너무 어렵고 낯이 선 말이어서 일반인이 택하여 쓰기에는 어려운 감이 없지 않다. 어느 방송인의 말처럼 굳이 순화하여 쓴다면 ‘얼큰탕’이라는 말도 괜찮을 듯 싶다.
    오히려 ‘짬뽕’의 문제는 다음과 같은 예에 있다.

(1) 맥주에 소주에 양주까지 짬뽕으로 마셔 댄 나는 곧 정신을 잃었다.
(2) 친구는 소주고 막걸리고 가리지 않고 짬뽕해서 마시고 있었다.

(1)은 ‘짬뽕’이 ‘서로 다른 것을 뒤섞음’의 의미로 쓰인 예이고 (2)는 ‘-하다’가 결합하여 ‘짬뽕하다’로 쓰인 예이다. 그런데 ‘짬뽕’의 이러한 용법은 일본어의 그것과 똑같다. 즉, 일본어에서 “日本語(にほんご)と 英語(えいご)を ちゃんぽんに 話(はな)す.”는 “일본어와 영어를 짬뽕해서 말하다.”이다. ‘한데 섞음, 뒤섞기’를 의미하는 일본어의 명사 ‘짬뽕’이 그 말과 더불어 용법까지 우리말에 유입되어 쓰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때에는 ‘짬뽕’을 ‘뒤섞기’로 순화하여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