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명사의 띄어쓰기(2)
이선웅(李善雄) /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의존 명사 앞에는 용언의 관형사형이나 명사형이 올 수 있고, 때로는 명사와 대명사가 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두 가지 구성에서 뒤에 쓰인 의존 명사는 서로 똑같은 의미이고 ‘의존 명사’라는 한 범주에 묶이므로 그 앞말과의 띄어쓰기가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
(1) 가. 식사하는 중
가′. 식사 중
나. 승차할 시에는
나′. 승차 시
다. 네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다′. 너 때문에
(1가)에서의 ‘중(中)’과 (1나)에서의 ‘시(時)’는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쓰였고, (1다)에서의 ‘때문’은 용언의 명사형 뒤에서 쓰였으며, (1가′∼다′)에서의 ‘중, 시, 때문’은 바로 명사·대명사 뒤에서 쓰였다. 그런데 이들은 용언의 활용형 뒤에 쓰였건 명사·대명사 뒤에 쓰였건 모두 ‘의존 명사’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므로 모두 그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위와 비슷한 예이면서도 통사적인 환경에 따라 ‘의존 명사’로 규정되기도 하고 ‘조사’로 규정되기도 하는 특수한 항목이 있다. 곧 이들은 통사적 환경에 따라 앞말과 띄어 쓰기도 하고 앞말에 붙여 쓰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이 그러한 예이다.
(2) 가. 당신 좋으실 대로 하세요.
가′. 당신 맘대로 하세요.
나. 그녀는 웃을 뿐 말이 없었다.
나′. 그녀의 웃음소리뿐
다. 우리가 기대한 만큼 잘하지 못했다.
다′. 우리의 기대치만큼 잘하지 못했다.
위에서 ‘대로’, ‘뿐’, ‘만큼’이 (2가∼다)에서는 모두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쓰였고, (2가′∼다′)에서는 모두 명사나 명사구 뒤에서 쓰였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2가∼다)에서의 ‘대로, 뿐, 만큼’은 의존 명사로 규정하여 그 앞말과 띄어 쓰는 반면에, (2가′∼다′)에서의 ‘대로, 뿐, 만큼’은 조사로 규정하여 그 앞말에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 이 세 항목은 명사 바로 다음에 올 경우에 실질적 의미보다 형식적 의미, 곧 문법적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의존 명사와 관련한 띄어쓰기는 아니지만 ‘같다’의 어간 ‘같-’에 부사화 접미사 ‘-이’가 붙어 ‘같이’라는 파생 부사가 된 후 그것이 명사 뒤에 붙어 조사로 쓰이는 경우의 띄어쓰기도 틀리기 쉽다.
(3) 가. 너와 같은 돼지는 처음 보았다.
가′. 너 같은 돼지는 처음 보았다.
나. 너와 같이 많이 먹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나′. 너같이 많이 먹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다. 곧 비가 올 것같이 날씨가 잔뜩 흐리다.
(3가, 3가′)의 예는 ‘같다’의 관형사형 활용을 보여 준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예는 (3나)이다. 현행 학교 문법의 설명에 따르면 (3나)에서는 ‘같다’의 어간 ‘같-’에 부사화 접미사 ‘-이’가 붙은 ‘같이’가 ‘너와 같이’라는 부사절을 만들고 있으므로, ‘같다’라는 용언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너와같이’처럼 붙여 쓰지 않지만, (3나′)에서는 ‘같이’가 이미 조사화된 것으로 보아 그 앞말에 붙여 쓴다. 특히 (3다)에서처럼 ‘것’ 다음에 ‘같이’가 나오면 “곧 비가 올 것 같이”처럼 띄어 쓰기 쉬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