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

‘온리 유(Only You)’의 발음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왜래어는 외국어에 기원을 둔 것이지만 더 이상 외국어가 아니고 국어가 된 말을 이른다. 국어에 들어오면서 외래어는 원래 언어에서 보이던 특징을 잃어버리고 국어의 특징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외국어 본래의 발음이 유지되지 못하고 국어의 발음에 동화되는 것이다. foul, violin 등 영어의 f, v가 ‘ㅍ, ㅂ’(파울, 바이올린)으로 대치되는 것처럼 우리말에 없는 음은 가장 유사한 우리 음으로 대치된다. 우리말에서는 음절 초에 자음이 두 개 이상 연속하여 올 수 없기 때문에 strike는 ‘스트라이크’처럼 원어에 없는 모음을 첨가하여 발음한다.
    또한 ‘백넘버’, ‘백미러’는 첫 음절의 ‘ㄱ’ 받침이 뒤의 비음의 영향을 받아 ‘ㅇ’이 되어 [뱅넘버], [뱅미러]로 발음된다. “죽느냐? 사느냐?”를 무척 고민했던 사나이 ‘햄릿(Hamlet)’은 비록 표기는 ‘ㅁ’과 ‘ㄹ’이 연속해 있지만 발음은 [햄닛]이다. 우리말에서 ‘ㄹ’은 그 앞과 뒤에 ‘ㄹ’ 이외의 다른 어떠한 자음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개봉했던 외국 영화 중 ‘온니 유(Only You)’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을 ‘하나뿐인 당신’이라든지 ‘당신만이’ 등으로 번역하지 않고 외국어 원제를 한글로 옮겨 적은 것인데, 한국인의 발음 습관에 따라 이렇게 표기한 모양이다. ‘온니(Only)’나 ‘유(You)’ 둘 다 외래어로 보기 힘들지만, 굳이 한글로 옮겨 적으려면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온리 유’로 표기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온리’의 옳은 발음은 무엇일까?
    우리말에서 ‘ㄴㄹ’ 연쇄는 ‘난로[날:로]’, ‘광한루[광:할루]’처럼 앞의 ‘ㄴ’ 소리를 ‘ㄹ’로 바꾸어 발음하는 경우가 있고, ‘의견란[의:견난]’, ‘생산량[생산냥]’처럼 뒤의 ‘ㄹ’ 소리를 ‘ㄴ’으로 바꾸어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형태소 분석이 불가능할 때는 ‘ㄴㄹ’을 [ㄹㄹ]로 발음하고, 형태소를 분석할 수 있는 합성어나 파생어의 경우에는 앞말의 소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뒤의 ‘ㄹ’ 소리를 ‘ㄴ’으로 바꾸어 발음하는 것이다.(새국어소식 통권 제18호 참조) 이러한 원칙을 지킨다면 형태소 분석이 불가능한 ‘온리’는 [온니]가 아니라 [올리]로 발음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헨리(Henry)’, ‘먼로(Monroe)’의 외국인 이름도 [헬리], [멀로]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한자에 대한 지식이 많은 일부 사람들이 두음법칙 등에 개의치 않고 원음 한 자 한 자를 정확히 발음하려고 하듯이, 요즘 들어 영어에 대한 지식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외래어로 굳어진 말조차도 현지 발음에 가깝게 내려는 경향이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외래어는 이미 국어로 바뀐 말이기 때문에 국어의 음운 규칙에 따라 발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