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군 유의어의 뜻풀이 정교화
김광해(金光海) / 서울대학교
“자국인에게 자국어 사전은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역설처럼 보이지만 날카로운 진실을 담고 있다. 사실 우리는 아는 단어는 아니까 찾을 필요가 없고, 알지 못하는 단어들은 활용하고 싶지만 그것이 어디 있는지 모르므로 찾을 수가 없다. 어쩌다가 사전을 찾아보더라도 단어의 뜻풀이가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아 실망할 때가 많다. 우리가 ‘단어를 안다’는 것은 그 단어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자신의 ‘머릿속 사전(mental lexicon)’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뜻풀이’ 작업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좋은 뜻풀이를 만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사전의 뜻풀이가 더 정교해진다고 하더라도 자국인이 자기 나라말 사전을 찾지 않는 상황은 여전할 터이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서 최대로 정교하게 기술해야 하는 것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임무이다.
그러니까 정교한 뜻풀이를 실제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다. 그들에게는 유의어들의 의미 차이를 예리하게 잡아내어 정교하게 뜻풀이해 놓은 국어사전이 매우 절실하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 ‘아름답다’를 중심으로 견인되는 유의어는 약 10개인데, 조금씩 의미가 다른 이 유의어들을 우리는 어려움 없이 구별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들은 이 단어들의 의미와 용법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매우 궁금하지만, 기존의 사전에서는 별로 얻을 것이 없다. 기존의 사전에서 기술된 모습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기존 사전의 뜻풀이>
* 아름답다: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이나 만족을 줄 만하다.
* 예 쁘 다 : 모양이 작거나 섬세하여 눈으로 보기에 좋다.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 곱 다 :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따위가 산뜻하고 아름답다.
* 아리땁다: 마음이나 몸가짐 따위가 맵시 있고 곱다.
* 어여쁘다: ‘예쁘다’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
* 예쁘장하다: 제법 예쁘다.
* 귀 엽 다 : 예쁘고 사랑스럽다.
* 미려(美麗)하다: 아름답고 곱다.
* 수려(秀麗)하다: 빼어나게 아름답다.
* 화려(華麗)하다: 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답다.
* 잘생기다: 사람의 얼굴이나 풍채가 훤하여 훌륭하다.
뜻풀이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보가 부족하며 부실하기까지 하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의미가 비슷비슷한 단어들을 서로 견주어 그 차이를 포착해 내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이다. 다음은 의미 차이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 유의어들을 서로 비교해 본 결과이다. 지면 관계로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표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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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역시 우리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직관을 충분히 기술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존의 뜻풀이와 비교하면 한 단계 향상된 것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외국인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지금보다는 한결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다. 진짜로 좋은 국어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기초 작업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