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말의 뜻풀이(2)

‘아름답다’ 군 유의어의 뜻풀이 정교화

 

김광해(金光海) / 서울대학교

“자국인에게 자국어 사전은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역설처럼 보이지만 날카로운 진실을 담고 있다. 사실 우리는 아는 단어는 아니까 찾을 필요가 없고, 알지 못하는 단어들은 활용하고 싶지만 그것이 어디 있는지 모르므로 찾을 수가 없다. 어쩌다가 사전을 찾아보더라도 단어의 뜻풀이가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아 실망할 때가 많다. 우리가 ‘단어를 안다’는 것은 그 단어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자신의 ‘머릿속 사전(mental lexicon)’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뜻풀이’ 작업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좋은 뜻풀이를 만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사전의 뜻풀이가 더 정교해진다고 하더라도 자국인이 자기 나라말 사전을 찾지 않는 상황은 여전할 터이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서 최대로 정교하게 기술해야 하는 것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임무이다.
    그러니까 정교한 뜻풀이를 실제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다. 그들에게는 유의어들의 의미 차이를 예리하게 잡아내어 정교하게 뜻풀이해 놓은 국어사전이 매우 절실하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 ‘아름답다’를 중심으로 견인되는 유의어는 약 10개인데, 조금씩 의미가 다른 이 유의어들을 우리는 어려움 없이 구별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들은 이 단어들의 의미와 용법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매우 궁금하지만, 기존의 사전에서는 별로 얻을 것이 없다. 기존의 사전에서 기술된 모습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기존 사전의 뜻풀이>
* 아름답다: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이나 만족을 줄 만하다.
* 예 쁘 다 : 모양이 작거나 섬세하여 눈으로 보기에 좋다.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 곱     다 :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따위가 산뜻하고 아름답다.
* 아리땁다: 마음이나 몸가짐 따위가 맵시 있고 곱다.
* 어여쁘다: ‘예쁘다’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
* 예쁘장하다: 제법 예쁘다.
* 귀 엽 다 : 예쁘고 사랑스럽다.
* 미려(美麗)하다: 아름답고 곱다.
* 수려(秀麗)하다: 빼어나게 아름답다.
* 화려(華麗)하다: 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답다.
* 잘생기다: 사람의 얼굴이나 풍채가 훤하여 훌륭하다.

뜻풀이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보가 부족하며 부실하기까지 하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의미가 비슷비슷한 단어들을 서로 견주어 그 차이를 포착해 내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이다. 다음은 의미 차이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 유의어들을 서로 비교해 본 결과이다. 지면 관계로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표만을 보인다.

<표> '아름답다'군 유의어의 의미

단 어 뜻 풀 이 용   례
아름답다 (대부분의 명사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주는 감각적이거나 지적이거나 정서적인 느낌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쁨을 느끼고 감동할 정도로 좋다. 추하다 자연의 아늑함과 도시의 정열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제품입니다. 죽어서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영원히 함께 하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크고 작은 폭포가 잘 조화되어 그 아름다운 금강산의 만폭동.
예쁘다 (주로 사물의 구체적인 모양이) 작고 깜찍하고 귀여워 보기 좋다. 밉다, 보기 싫다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나를 두고 항상 '명랑하다' 또는 '귀엽다'고만 말하지 '예쁘다'고는 하지 않는다.
옷은 이것으로 입어라, 머리를 묶는 것이 예쁘다 하면서 시시콜콜히 간섭을 하신다.
곱다 (주로 사물의 색깔이나 촉감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어 보기 좋다. 아름다운 도시에 사는 사람은 마음도 곱다.
"담 너머 꽃이 더 곱다"느니 "남의 집 잔디가 더 푸르다"는 말이 있는데…….
아리땁다 (주로 여성인 사람에 대하여) '아름답다'보다 대상을 좀 더 미화하고, 예찬하는 의미가 담긴 문학적, 시적 표현. 물병자리의 아리따운 소녀, 우경이는 태어날 때부터 파란색을 좋아했나 봅니다.
아리땁고 연약한 여성상보다는 푸근하고 강한 어머니 같은 여성상을 좋아한다.
어여쁘다 (주로 사람이나 인격화된 대상, 또는 그것의 품성이) 기쁘고 사랑스런 느낌을 주는 경우에 쓰는 문학적 표현. 어여쁜 공주. 어여쁜 장미야, 참 아름답다.
어머니는 병상에서 남매에게 어여쁘게 웃어 보이셨다.
예쁘장하다 (사람이나 사물의 구체적인 모양이 완벽하게 예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자그마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어 보기에 좋다. 하얀 피부에 운동선수 같지 않은 예쁘장한 얼굴, 약간은 수줍어하면서도 줄곧 차분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예쁘장하게 생긴 딸아이와 함께 삽니다.
귀엽다 (작고 어린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 행동이) 사랑스런 느낌을 주어 보기에 좋다. 유치원 다닐 때 찍은 사진인데, 귀여운 건지, 못생긴 건지.
엄마께서 여자는 수줍음을 타는 것이 좋은 거래요. 그래서 귀엽다나요.
미려하다
(美麗)
(주로 광고, 선전 등에 사용되어) '아름답다'는 뜻을 강조하는 수사적 표현. 추하다 핀란드산 원목은 목질을 잘 살려 촉감이 좋고 무늬가 미려하다.
다양한 색상 및 미려한 디자인. 부품이 규격화되어 있고 모양이 미려하다.
수려하다
(秀麗)
(풍경, 경치, 인물 등을 미화하는 느낌으로 말하여) 빼어나게 매우 아름답다. 밀양은 수려한 자연경관이 곳곳에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내설악을 대표하는 수려한 경관의 백담 계곡.
수려한 용모를 한 총각이 들어섰다.
화려하다
(華麗)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 또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울려 있어서 보기에 좋다. 단순하다. 무미건조하다 화려 강산.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
미혼 여성의 예복으로 문양이 매우 화려하다.
출전 선수들의 면면도 매우 화려하다.
잘생기다 (인물의 생김새가) 부족한 점이 없이 보기 좋게 생기다. 못생기다 그 중에 제일 멋있고 잘생긴 사람.
나같이 잘생긴 사람, 형같이 못생긴 사람.
건장한 체격에 잘생긴 얼굴.

이 결과 역시 우리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직관을 충분히 기술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존의 뜻풀이와 비교하면 한 단계 향상된 것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외국인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지금보다는 한결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다. 진짜로 좋은 국어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기초 작업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