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명사의 띄어쓰기(1)
이선웅(李善雄) /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의존 명사는 홀로 쓰이지 못하고 반드시 앞에 꾸며 주는 말이 필요한 명사 부류이다. 그런데 의존 명사는 꾸며 주는 앞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존성 때문에 그 앞말과 더불어 한 덩이로 발음되는 경향이 많다. 그리하여 호흡의 흐름만을 중요시한다면 의존 명사를 그 앞말에 붙여 쓰기 쉽다.
(1) 이번 주말까지 제출할것.
위의 예는 필자가 실제로 본 한 공고문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국어의 규범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밑줄 부분의 띄어쓰기를 ‘제출할 것’으로 해야 옳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과 같이 잘못 띄어 쓰는 일도 적지 않은데, 의존 명사 역시 일반 명사처럼 하나의 단어로 다루어지므로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현행 맞춤법의 대원칙에 따라서 그 앞말과는 띄어 써야 한다. 다음의 몇 가지 예를 더 보자.
(2) 가. 아는 것이 힘이다.
나. 나도 할 수 있다.
다. 성적 때문에 꾸중을 들었다.
라. 런던에 간 적이 있다.
마. 네가 뜻한 바를 알겠다.
바. 친구도 만날 겸 학교에 갔다.
위 예에서 밑줄 부분들은 의존 명사로서 그 앞말과 붙여 쓰기 쉬운 예들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의존 명사는 위의 것들 이외에도 꽤 많은데, ‘사람 한 명, 종이 한 장, 소 한 마리’ 등에서의 ‘명, 장, 마리’와 같은 단위성 의존 명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전부는 아니다)이 용언의 관형사형 다음에 올 수 있으므로 그리 식별하기 어렵지 않다. 예를 들면 “고향에 갔던 차에 선을 보았다”에서의 ‘차(次)’라든가 “더 이상 불평하지 말라는 조로 명령했다”에서의 ‘조(調)’ 역시 단독으로는 쓸 수 없지만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오므로 의존 명사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용언의 관형사형과 같은 모습을 가진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활용 어미를 ‘용언의 관형사형 + 의존 명사’ 구성으로 잘못 생각하는 일이 종종 있다. 다음이 그러한 잘못의 예이다.
(3) 가. 아무리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지라도 나는 하겠다.
나. 시간이 흘러갈 수록 기억도 희미해진다.
다. 시험에 떨어질 망정 부정행위는 하지 않겠다.
라. 내놓으라면 내놓을 밖에
마. 먹는 족족 다 살로 간다.
바. 그곳은 거리도 멀 뿐더러 교통편도 좋지 않다.
사. 70년대에는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는 바,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3)의 밑줄 부분에서는 어미 ‘-을지라도, -ㄹ수록, -ㄹ망정, -을밖에, -는족족, -ㄹ뿐더러, -는바’가 쓰였는데, 어미는 전체를 붙여 쓰므로 모두 틀린 띄어쓰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곧 밑줄 부분은 ‘많을지라도, 흘러갈수록, 떨어질망정, 내놓을밖에, 먹는족족, 멀뿐더러, 발전했는바’로 표기해야 한다. 특히 (3사)는 “아는 바가 없다.”에서처럼 ‘바’를 의존 명사로 쓰는 경우와 혼동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의존 명사로 쓰이는 ‘바’는 ‘것’의 뜻이고, 어미로 쓰이는 ‘-는바’는 ‘-는데’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