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쓰기

법원 판결문의 문장(11)

 

김광해(金光海) / 서울대학교

글쓰기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행위이다.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상태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명쾌한 것이 없다. 그 생각을 제대로 된 글로 바꿔야만 독자는 물론 필자 자신도 비로소 정리된 생각, 실체로서의 생각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그 안개 같은 생각을 조리 있는 문장으로 바꾸는 기술, 즉 국어 문장 구사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판결문들은 내용이 난해해서라기보다는 국어 문장으로서의 완성도가 미진한 까닭에 정확한 뜻을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장 앞에서는 그 어떤 독자라도 안개 낀 들판을 헤매는 경험을 해야 한다. 다음의 판결문을 살펴보자.

원래의 판결문

1998.10.29. 98헌마4, 일간지구독금지처분등위헌확인 헌공, 30.

(가) 이 사건에서 나타난 기사삭제 행위는 청구인뿐만 아니라 모든 수용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보여지므로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청구인 일반 국민들, 즉 비수용자와 비교한다 하더라도 ⑤ ⑥ 이미 구금된 상황에 있으며 수용시설의 정당한 질서유지와 효율적 운영에 구속되어야 할 청구인으로서는 일반 국민과 달리 위와 같은 차별을 받는 것은, 그 차별의 목적과 수단에 있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최소한의 정당성이 있는 이상 비합리적인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문 제 점

이처럼 단어를 무심코 사용한 예가 판결문에서 의외로 많이 발견된다. 잘 생각해 보자. ‘이 사건에서 기사 삭제 행위가 나타났다’는 말이 성립하는가? 더 정확하게 고쳐야 한다.
이 문장도 역시 길다. 이 부분에서 한번 끊어 주자. 문장을 끊어 주고 나서 접속어를 사용하여 얼마든지 논리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다시 한번 끊어야 하는 것은 거의 필수이다.
‘일반 국민’과 ‘비수용자’는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 의미로 볼 때 순서를 바꿔 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번거로운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곳에는 주어가 다시 있어야 한다.
문장이 역시 길어졌을 뿐 아니라, 문장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하고 명쾌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국어 문장으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앞부분에 ‘비수용 상태인’이라는 말을 보충해 주어야 차별을 해도 된다는 논리가 더 선명해질 것이다.
국어 문장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다. 조금씩만 바꾸어 준다면 얼마든지 간명한 문장으로 바꿀 수 있다.

  다듬은 문장

(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수용소의 기사 삭제 행위는 청구인뿐만 아니라 모든 수용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청구인을 비수용자인 일반 국민들과 비교한다 하더라도, 청구인은 이미 구금된 상황에 있 기 때문에 수용 시설 질서 유지와 효율적 운영 을 위하여 수용소 측에서 정당하게 제시하는 운영 방침에 당연히 구속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청구인 이 비수용 상태인 일반 국민과 달리 위와 같은 차별을 받는 것은, 그러한 차별 을 하는 목적이나 수단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 한 이상,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판결문의 문장에서 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대개 문장을 끊지 않고 쓰는 줄글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혐의를 두고 있는 것처럼 그 원인은 역시 일본의 법조 문장에 있는 것 같다. 그 증거로서 1999년에 작성된 일본 최고 재판소의 판결문 한 구절을 제시해 둔다. 문장을 자르지 않고 이어 쓴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판결문과 유사하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쉼표라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법조 문장의 현대화를 위해서라면 줄글을 내리닫이로 쓰는 이런 습관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던져야 할 것이다.

  일본의 판결문

最高裁判決平成11年(1999) 11月 30日 裁時 1256號 13頁

本件は, 土地の 買戾特約付賣買において 買戾權が 行使されたことにより 買主が 取得した 買戾代金債權について, 買主から 右土地につき 根抵當權の 設定を 受け, その 旨の 登記を 經由した 被上告人が 物上代位權の 行使としてした 差押えと 買主の 債權者である 上告人が 右登記の 後にした 差押えとが 競合し, 供託された 買戾代金の 配當手續において, 被上告人による 差押えが 優先するとして 配當表が 作成されたため, 上告人が, 被上告人に 對し, 買戾しにより 右根抵當權が 消滅したことを 理由に 買戾代金債權に 對する 物上代位權の 行使は 許されないと 主張して, 右配當表の 變更を 求めている 事案であり, 右物上代位權の 行使の 可否が 爭點となっている.

  번 역 문

본건(本件)은, 토지(土地)의 매려특약(買戾特約)이 붙은 매매(賣買)에 있어서 매려권(買戾權)이 행사(行使)된 것에 의하여 매주(買主)가 취득(取得)한 매려대금채권(買戾代金債權)에 대하여, 매주(買主)가 우토지(右土地)에 붙어 있는 근저당권(根抵當權)의 설정(設定)을 수용하여, 그런 취지의 등기(登記)를 경유(經由)한 피상고인(被上告人)이 물상대위권(物上代位權)의 행사(行使)로서 행한 차압(差押)과 매주(買主)의 채권자(債權者)인 상고인(上告人)이 우등기(右登記)의 뒤에 행한 차압(差押)이 경합(競合)하여, 공탁(供託)한 매려대금(買戾代金)의 배당수속(配當手續)에 있어서, 피상고인(被上告人)에 의한 차압(差押)이 우선(優先)하는 것으로 배당표(配當表)가 작성(作成)되었기 때문에, 상고인(上告人)이, 피상고인(被上告人)에 대(對)하여, 매려(買戾)함으로써 우근저당권(右根抵當權)이 소멸(消滅)된 것을 이유(理由)로 매려대금채권(買戾代金債權)에 대(對)한 물상대위권(物上代位權)의 행사(行使)는 허락할 수 없다고 주장(主張)하여, 우배당표(右配當表)의 변경(變更)을 요구하고 있는 사안(事案)이며, 우물상대위권(右物上代位權)의 행사(行使)의 가부(可否)가 쟁점(爭點)으로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