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질 문

“작업 기간을 며칠 더 ○○ 주세요.”의 ○○에 ‘늘여’와 ‘늘려’ 가운데 어느 것이 맞습니까?

 

질문하신 ‘늘여’와 ‘늘려’는 ‘늘이다’와 ‘늘리다’가 각각의 기본형입니다. 이 가운데 ‘늘이다’는 본래 타동사인 반면 ‘늘리다’는 ‘늘다’의 사동사로 쓰인 타동사로, ‘늘이다’와 ‘늘리다’의 의미가 서로 매우 흡사하여 구분하여 사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서로간에 의미가 매우 흡사하긴 하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의미 차이도 있습니다.
   우선 ‘늘이다’는 “본디보다 더 길게 하다.”로 다음 (1)처럼 쓰입니다.

(1) ㄱ. 고무줄을 늘이다.
ㄴ. 엿가락을 늘이다.

(1)처럼 ‘늘이다’는 “본디보다 더 길게 하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그 대상(여기서는 목적어)이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쓰입니다.
   반면 ‘늘리다’는 ‘늘이다’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그 대상으로 다음 (2)처럼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를 제외한 ‘물체의 길이’와 ‘물체의 넓이·부피, 무게’ 따위가 될 수 있습니다. ‘늘이다’보다는 더 폭넓게 쓰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ㄱ. 소매 길이를 늘리다.
ㄴ. 집 면적을 늘려 이사하다.
ㄷ. 몸무게를 늘리다.

‘늘리다’의 대상으로 (2ㄱ)은 ‘물체의 길이’가 될 수 있음을 보이고 (2ㄴ)은 ‘물체의 넓이·부피’, (2ㄷ)은 ‘물체의 무게’가 될 수 있음을 보이는 예입니다. 또한 ‘늘리다’는 (2)와 같은 구체적인 대상뿐만 아니라 (3)처럼 비교적 추상적인 대상과 관련해서도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습니다.

(3) ㄱ. 학생 수를 늘리다. 수입을 늘리다.
ㄴ. 세력을 늘리다.
ㄷ. 실력을 늘리다.
ㄹ. 살림을 늘리다.
ㅁ. 근무 시간을 늘리다.

(3ㄱ)은 ‘물체의 수·분량’, (3ㄴ)은 ‘힘·기운, 세력’, (3ㄷ)은 ‘재주·능력’ (3ㄹ)은 ‘살림’, (3ㅁ)은 ‘시간·기간’이 ‘늘리다’의 대상으로 쓰인 예들로 모두 그 대상이 비교적 추상적입니다.
   결국 ‘늘이다’는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라는 구체적인 것만을 그 대상으로 가지는 반면 ‘늘리다’는 ‘탄력성이 있는 물체의 길이’를 제외한 ‘물체의 길이’와 ‘물체의 넓이·부피, 무게’와 같은 다른 구체적인 것도 그 대상으로 가질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늘리다’의 대상으로 비교적 추상적인 것들도 올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예문은 그 대상이 ‘시간·기간’이라는 비교적 추상적인 것이므로 (3ㅁ)과 같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늘리다’의 활용형인 ‘늘려’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