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의 어문 규범

'형만 하다'인지, '형만하다'인지?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형만하다'는 '형만 하다'로 띄어 써야 한다. '형만하다'로 붙여 쓰도록 한 다른 사전과는 띄어쓰기가 다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띄어쓰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하다' 전체를 접미사로 처리할 경우 '형만하다'로 붙여 쓰게 되고 '만'을 보조사로 처리하고 '하다'를 용언으로 처리할 경우 '형만 하다'와 같이 띄어 써야 한다. 즉 문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형만 하다'로 띄어 쓰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만하다'를 접미사로 처리하고 '형만하다'로 붙여 쓸 경우에 '형만 못 하다'와 같이 부정을 나타내는 '못'이 끼어드는 현상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국어에서는 접미사가 결합하면 새로운 말이 만들어진다. '사랑'에 '-스럽다'가 결합하면 '사랑스럽다'라는 형용사가, '도둑'에 '-질'이 결합하면 '도둑질'이라는 새로운 명사가 만들어진다. 이들 '사랑스럽다'와 '도둑질a 사이에 다른 요소가 들어가 '*사랑안스럽다a나 '*도둑나쁜질a처럼 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형만하다a의 '만하다a를 접미사라고 하는 한 '형만 못 하다a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해결 방법이 있기는 하다. '형만하다a의 부정 표현인 '형만 못 하다a를 '형만못하다a로 붙여 쓰고 '만못하다a 또한 접미사라고 기술하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만못하다a와 같은 접미사를 국어에서 인정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으며 '만하다/만못하다a 둘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만a을 보조사로 처리하여 '만 하다a 하나로 기술하는 것이 훨씬 간결하고 좋은 방법이다. 둘째, '형만은 하다'나 '형만이나 할까'와 같이 '만' 다음에 보조사가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을 보조사로 다루면 이러한 현상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즉 '너만은 나를 믿을 줄 알았는데'와 '짐승만도 못 한 놈'과 같이 보조사끼리는 서로 겹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하다'를 접미사로 다룰 경우, '형만은 하다'처럼 접미사 내부로 보조사 '은'이 끼어든다고 해야 하는데 국어에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만'을 보조사, '하다'를 용언으로 처리하여 '형만 하다'로 띄어 쓰는 것이다.

(1) ㄱ. 강아지가 송아지만 하다.
      ㄴ. 형만 한 아우 없다.


    그러나 여기서 '형만 하다'와 '밥을 먹을 만하다'는 서로 구별을 해야 한다. '밥을 먹을 만하다'의 '만하다'는 보조 용언으로 다루어진다. 따라서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 원칙에 따라서 '먹을 만하다'로 띄어 쓰되 '먹을만하다'로 붙일 수도 있다. 이 둘은 '형만 하다'의 경우에는 '형', '철수', '바다'와 같은 체언이 '만 하다' 앞에 오지만 '먹을 만하다'의 경우에는 '-(으)ㄹ 만하다'의 꼴로 쓰인다는 차이가 있으므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2) ㄱ. 이 책은 읽을 만하다/읽을만하다.
      ㄴ. 갈 만한 곳/갈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