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국어 오용 사례

방송 언어와 장단음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방송 언어는 음성 언어이므로 마땅히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 표준어는 표준적인 어휘와 표준적인 발음을 말하는데, 방송 언어에서는 반드시 표준 발음을 사용해야만 한다. 일부 드라마에서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투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논외로 한다. 우리말에는 표준 발음에 대한 규정〔‘표준 발음법’〕이 있는데, 여기에는 ‘소리의 길이, 받침의 발음, 소리의 동화, 된소리되기, 소리의 첨가’ 등이 있다. 여기에서는 ‘소리의 길이〔장단음〕’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말에서 소리의 길이에 대한 관념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단어의 뜻을 변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 언어에서도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으면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방송 언어에 있어서 소리의 길이는 매우 중요하다. 뉴스 진행자나 방송 기자들은 소리의 길이를 정확하게 발음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일부 방송에서는 국정 전반에 대하여 감독하고 검사하는 ‘국정 감사(國政監査)’가 국정 전반에 대하여 고맙다고 사례하는 ‘국정 감:사(感謝)’로 발음되기도 하고, 음악이나 영화 등 예술 작품을 이해하여 평가하는 ‘감상(鑑賞)’이 마음에 느끼어 일어나는 생각을 ‘감:상(感想)’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또한 재난을 당해 곤경에 빠진 ‘난민(難民)’이 반란을 일으킨 ‘난:민(亂民)’으로 발음되어 오해를 가져오기도 하고, 두 나라 이상의 원수가 모여 하는 회담인 ‘정상 회:담(頂上會談)’이 아무 변동 없이 제대로 회담을 하는 ‘정:상 회:담(正常會談)’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고을에 사는 사람인 ‘군:민(郡民)’이 군인과 민간인을 뜻하는 ‘군민(軍民)’으로 발음되기도 하고, 새가 깃들이는 집인 ‘새:집〔巢〕’이 새로 지은 집인 ‘새집〔新家〕’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또한 전개한다는 의미의 ‘벌:이다’가 폐기한다는 ‘버리다’로 발음되는가 하면, 불을 지르는 ‘방:화(放火)’가 불을 예방하는 ‘방화(防火)’로 발음되기도 하고, 덕과 지혜가 뛰어난 성스러운 사람인 ‘성:인(聖人)’이 어른인 ‘성인(成人)’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우리말에서는 이런 소리의 길이〔장단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경우는 고유어와 한자어 구분 없이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다. 몇 개만 더 예를 들어 본다.



《 고 유 어 》   《 한 자 어 》
눌리다(조금 태워 눋게 하다) 눌:리다(누름을 당하다) 가장(家長) 가:장(假裝)
말다(국수나 밥을 물에 넣어 풀다) 말:다(그만두다) 부자(父子) 부:자(富者)
묻다(땅속에 넣고 가려지게 덮다) 묻:다(남에게 질문하다) 선수(先手) 선:수(選手)
배다(촘촘하다) 배:다(뱃속에 가지다, 스미어 들다) 정당(政黨) 정:당(正當)
패다(곡식의 이삭이 나오다) 패:다(장작을 쪼개다) 향수(鄕愁) 향:수(享受)

우리말에서 소리의 길이에 대한 구별 의식이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방송 언어에서는 최선을 다하여 정확하게 소리의 길이〔장단음〕를 지키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