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의 어문 규범

너도 가을이 제일 좋니/좋으니?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밥을 먹으니 배가 부르다’에서 자연스럽던 ‘먹으니’가 ‘너는 아직도 밥을 먹으니?’에서는 어색한 이유를 알려 달라는 문의가 온 적이 있다. 첫 번째 ‘-으니’와 두 번째 ‘-으니’가 같으리라는 이러한 기대는 사실, 누구나 품어 봄 직한 것이다.

(1) ㄱ. 너는 아직도 밥을 먹니?
ㄴ. *너는 아직도 밥을 먹으니?

(1)을 보면 의문을 나타낼 때에는 받침이 있는 말이더라도 ‘-으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밥을 먹으니 배가 부르다’와 같이 앞말에 받침이 있으면(‘먹-’) ‘-으니’가 연결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의문을 나타내는 ‘-니’는 앞말이 받침이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어느 경우나 ‘-니’가 연결된다고 하기도 어렵다. ‘-으니’가 연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 ㄱ. 너는 아직도 철수가 싫니?
ㄴ. 너는 아직도 철수가 싫으니?

분명히 (1)과 같은 ‘-니’인데 (2ㄴ)에서는 ‘-으니’가 연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가 동사와 형용사의 차이에서 나타난다는 것이 흥미롭다. (1)의 ‘먹다’와 같은 동사에는 받침의 유무에 관계없이 언제나 ‘-니’가 연결되고, (2)의 ‘밉다’와 같은 형용사에는 받침이 있는 경우 ‘-니’와 ‘-으니’가 모두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사전에서는 ‘철수가 밉니?’는 인정하지 않고 ‘철수가 미우니?’만 인정하거나 아예 정보 자체가 부족하여 쓰임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그 쓰임을 분명하게 밝혀 혼동이 없도록 하고 있다.

동 사 받침 없음 -니 철수가 번개같이 달리니?(←달리-+-니)
받침 있음 철수가 책을 읽니?(←읽-+-니)
형용사 받침 없음 소금이 짜니?(←짜-+-니)
받침 있음 -니/-으니 날씨가 좋니/좋으니?(←좋-+-니/좋-+-으니)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존 사전과 달리 형용사의 경우 ‘좋니/좋으니?’를 모두 인정한다. ‘좋니?’를 널리 쓴다는 현실과 역사적인 사실을 고려한 결과이다.
   ‘-니’는 역사적으로는 ‘*- 니>*-늬>-니’의 과정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 니’는 앞에 ‘으’를 가지는 일이 없었다. ‘먹니?’는 가능하지만 ‘먹으니?’가 불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 니’는 동사와만 결합하는 특성이 있었다. 원래는 동사와만 결합하다가 형용사에까지 영역이 확대된 것인데 이 과정에서 흥미롭게도 받침의 유무와 관계없이 연결되던 ‘-니’가 받침이 있을 때는 ‘-으니’인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되었다. 기존 사전에서 전통적으로 ‘미우니?’만 인정했던 것도 여기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오해는 ‘밥을 먹으니 배가 부르다’의 ‘먹으니’가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겉모습이 같으면 쓰임도 같으리라는 기대가 그때도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