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

‘으자’에 앉은 ‘으사’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서울로 대학을 온 지방 출신의 신입생 중에 말 때문에 곤란을 겪는 학생들을 종종 본다. 특히 사투리가 심한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고 재미있어하며 흉내내는 것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소심한 학생들은 될수록 말하는 것을 피하고 심지어는 말수까지 줄어든다.
   우리가 다른 지방 사투리를 들으며 이질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은 전반적인 말투와 억양에서이다. 우리말의 표준어가 대체로 튀지 않고 굴곡이 적어, 표준어와 달리 굴곡이 심하고 말투가 두드러진 방언은 표준어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상당한 이질감을 준다. 또한 어휘, 문법 등에서도 방언마다 차이를 보인다.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고유한 음운 체계도 방언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표준어 화자들은 ‘ㅐ’와 ‘ㅔ’를 구분해서 소리낼 수 있지만 일부 지방의 화자들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ㅐ’나 ‘ㅔ’, 또는 이 두 음의 중간 정도의 모음을 같이 쓰기도 한다. 표준어에서는 ‘ㅐ’, ‘ㅔ’가 독립된 음운으로 존재하는데 반해 일부 방언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방언의 영향으로 이중모음이 단모음으로

이 글에서는 방언 등의 영향으로 이중모음을 단모음으로 소리내는 예를 다루기로 한다.
  ‘의’는 둘째 음절 이하(‘호의(好意)’, ‘정의(正義)’, ‘주치의(主治醫)’, ‘거의’)에 올 때에는 단모음 ‘이’로 소리내도 되지만, 첫째 음절(‘의자(椅子)’, ‘의사(醫師)’, ‘의미(意味)’)에서는 반드시 이중모음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전라도 지방에서는 이중모음 ‘ㅢ’를 ‘으’로 내는 경향이 있어 ‘으자’, ‘으사’, ‘으미’로 발음하고, 일부 경상도 방언은 ‘이’로 내어 ‘이자’, ‘이사’, ‘이미’로 발음하기도 한다.
   특히 경상도 방언에서는 이중모음의 단모음화가 심한데 ‘ㅚ’를 ‘ㅐ(ㅔ)’로, ‘ㅘ’를 ‘ㅏ’로, ‘ㅕ’를 ‘ㅐ(ㅔ)’로 발음한다.

괴로움 <개로움>, 된장 <댄장>, 참외 <차메>, 외국어 <애국어>, 회사 <해사>, 과자 <가자>, 관계 <간게>, 관광 <간강>, 봐 <바>, 좌석 <자석>, 환경 <한경>, 경향 <갱향>, 결혼 <개론>, 명화 <맹화>, 병 <뱅>, 형사 <행사>




발음 교정은 부단한 연습을 통해야

그렇다면 이런 발음들을 표준 발음으로 교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발음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내가 ‘의자’를 ‘이자’로 ‘결혼’을 ‘개론’으로 잘못 발음하고 있다는 깨달음은 바른 발음을 하는 첫 단계이다. 이때 자신의 발음을 테이프에 녹음해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단계에는 이중모음을 신중하고도 조심스럽게 소리내 본다. 예를 들어 ‘ㅢ’는 ‘ㅡ’에서 ‘ㅣ’로 재빨리 넘어가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런 다음 ‘ㅢ’ 발음을 의식하면서 긴 문장 읽기를 연습한다. ‘ㅢ’ 하나만 낼 때에는 그래도 쉬웠던 발음이 긴 문장 속에서는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때도 테이프 녹음을 하여 꼼꼼히 다시 듣고 잘못을 수정한다. 이런 방법은 외국어 발음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지만, 부단히 연습한다면 누구나 표준 발음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