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질 문

부사의 끝 음절은 ‘-이’와 ‘-히’로 적을 수 있는데 이들은 어떻게 구별해서 적어야 합니까?

 

국어에서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다음의 예와 같이 ‘-이’나 ‘-히’를 들 수 있습니다.

(1) ㄱ. 겹겹이, 깨끗이, 괴로이, 같이, 더욱이
      ㄴ. 정확히, 도저히, 특히, 작히

그런데 부사의 끝 음절은 어떤 기준에 의해 ‘-이’로 적기도 하고 ‘-히’로 적기도 하는 것일까요? 이는 ‘한글 맞춤법’ 제51항의 “부사의 끝 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와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제51항)라는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즉, 개개 단어의 발음에 따라 달리 적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같은 단어를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발음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모음과 모음 사이 또는 유성자음(유음, 비음)과 모음 사이에서 ‘ㅎ’이 빈번하게 약화되므로 개개 단어의 발음에 따라 ‘-이’와 ‘-히’를 구분해서 적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를 구별해서 적기 위한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먼저, 부사의 끝 음절을 ‘이’로 적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2) ㄱ. 곳곳이, 낱낱이, 몫몫이, 샅샅이, 앞앞이, 집집이
      ㄴ. 기웃이, 버젓이, 번듯이, 반듯이, 지긋이, 산뜻이
      ㄷ. 가까이, 가벼이, 고이, 새로이, 외로이, 즐거이
      ㄹ. 굳이, 길이, 깊이, 많이, 헛되이, 실없이
      ㅁ. 곰곰이, 오뚝이, 일찍이, 히죽이, 생긋이

(2ㄱ)은 첩어 또는 준첩어인 명사, (2ㄴ)은 ‘-하다’가 붙는 어근 가운데 끝소리가 ‘ㅅ’인 어근, (2ㄷ)은 ‘ㅂ’ 불규칙 용언의 어간, (2ㄹ)은 ‘-하다’가 붙지 않는 용언의 어간, (2ㅁ)은 부사 뒤에서 ‘-이’로 적는 예입니다.
  (2)와 같은 다섯 가지 부류를 제외한 부사는 (3)과 같이 끝 음절을 ‘히’로 적습니다.

(3) ㄱ. 엄격히, 과감히, 급급히, 꼼꼼히; 도저히, 무단히, 열심히
      ㄴ. 익히, 특히
      ㄷ. 작히

(3ㄱ)은 ‘-하다’가 붙는 어근(단, ‘ㅅ’ 받침 제외) 뒤에서 부사의 끝 음절을 ‘-히’로 적는 예입니다. ‘도저히, 무단히, 열심히’ 등도 ‘도저(到底)하다, 무단(無斷)하다, 열심(熱心)하다’ 등이 일상 생활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지만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어서 ‘히’로 적는 예입니다. (3ㄴ)은 ‘익히, 특히’가 ‘익숙히, 특별히’가 줄어진 말로 보아 ‘히’로 적는 예이고, (3ㄷ)은 (2ㄹ)처럼 ‘-하다’가 붙지 않는 용언의 어간 뒤이지만 ‘작히’의 ‘작-’을 ‘작다’와 의미 관련 짓기가 쉽지 않아 익어진 발음대로 ‘히’로 적는 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부사의 끝 음절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에 대해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사전 처리를 확인해 가며 구별해서 적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도 계속할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