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표준국어대사전"

조남호(趙南浩) / 국립국어연구원 사전편찬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새로운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제 그 작업이 마무리되어 10월 9일 “표준국어대사전” 상권이 세상에 나온다. 나머지 중권과 하권은 11월 말 간행할 예정이다.
   이 사전은 표준어를 비롯하여 북한어, 방언, 옛말 등 50여 만 단어를 수록하였다. 전체 면 수는 7,300여 면으로 기존의 대사전과 비교하면 최대 두 배 정도이다. 200여 명에 이르는 박사 학위 수료 이상의 국어국문학 전공자가 집필과 교열에 참여하였으며, 전문어는 120여 명의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따로 감수를 받았다. 연구원에서 투입한 예산만 92억 원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사전 편찬 작업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교정부터는 출판권을 계약한 두산동아와 함께 작업하였으며, 간행 역시 두산동아에서 한다.
   이 사전은 국가에서 최초로 직접 편찬한 국어사전이다. 이미 시중에 국어사전이 많이 나와 있는데 새로운 사전을 편찬하고자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는 국민에게 올바른 언어 생활의 표준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공식적인 언어 생활을 위해서 국가에서는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을 정하였다(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도 있지만 국어사전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이 규정들은 원칙만을 정하고 있어 시중에 나와 있는 사전들이 이 원칙을 따르면서도 표기나 표준어의 판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바른 언어 생활을 위해 국어사전을 찾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언어 생활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조사·연구 업무를 관장하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직접 사전을 편찬하게 된 것이다. 편찬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문 규정의 적용에는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둘째는 민족의 언어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남북이 교류 없이 수십 년을 보내면서 말이 많이 달라졌다. 남북의 언어 통일은 정치적 통일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로 민간에서 담당하기는 어렵다. 이 사전에서는 북한에서 간행한 “조선말대사전”을 참고하여 북한어를 대폭 수록하였다. 북한에서만 쓰이는 말뿐만 아니라 남북의 어문 규정의 차이로 북한에서 달리 표기하는 단어들까지 실었다.
   셋째는 사전에 수록하는 정보를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사전을 편찬해 온 분들이 무척 애를 썼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사전에 정보를 수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원에서는 사전을 편찬하면서 사전에 수록하는 정보를 최대한 풍부하게 하고자 하였다. 우선 용례를 대폭 보충하였다. 지금까지 간행된 국어사전들은 용례가 부족한 편이었다. 용례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들어야 하는데 편찬 여건상 그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원에서는 5,000만 어절 분량의 자료를 입력하여 이를 편찬에 활용하면서 많은 단어에 용례를 제시하였다(어절은 띄어쓰기로 구분하는 각각의 단어를 말하는 것으로 소설책 한 권은 보통 5만 내지 6만 어절 정도 된다). 발음 정보, 조사나 어미와 연결되면서 변화하는 활용형 정보, 선행하는 조사·어미와 용언의 결합 정보인 문형 정보 등 용례 외에도 많은 정보를 보완하거나 새롭게 제시하였다.

   책을 간행하면 편찬 작업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전자 사전도 만들어야 한다. 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하면서 연구원에서 쌓은 경험과 축적한 자료를 사전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일도 하여야 한다. 말은 계속 변하므로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말의 대표적인 사전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