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상품명의 표기

쌍용슈퍼에는 토마토케첩이 없다(?)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연구원

슈퍼마켓에 토마토케첩을 사러 갔었다. 어떤 것을 고를까 망설이며 진열대 위를 살펴보니, ‘케첩’의 표기가 상표에 따라 ‘케챱, 케첲’ 등 제각각으로 되어 있었다. 같은 사물을 지시하는 말이 왜 이렇게 달리 나타날까? 물론 우리말 어문 규범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즉 ‘케챱’이라고 쓴 것은 외래어를 적을 때에는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 등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표기한 결과이며, ‘케첲’이라는 형태는 외래어의 받침에 ‘ㅍ, ㅌ, ㅋ’ 따위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표기한 것이다. 어떤 토마토 케첩의 용기에는 ‘후레쉬 케첲’이라고까지 쓰여 있다. 이것은 영어의 ‘fresh ketchup’을 우리말로 옮긴 것인데, ‘프레시 케첩’이라고 적어야 옳다.


‘雙龍’은 ‘쌍룡’으로 적어야

우리말 어문 규범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의 상표나 상품 이름을 둘러보면 잘못된 표기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 중의 하나가 ‘쌍용’이다. 한자로는 雙龍인데, ‘龍’자는 본음이 ‘룡’이므로 두음법칙에 따라 단어의 첫 음절에서는 ‘용’으로 적고 그 밖의 자리에서는 ‘룡’으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용산(龍山)’, ‘용왕(龍王)’ 등 첫 소리일 때에는 ‘용’으로, ‘청룡(靑龍)’, ‘공룡(恐龍)’ 등 2음절 이하에서는 ‘룡’으로 적는다. 즉 雙龍은 ‘쌍용’이 아니라 ‘쌍룡’으로 적고, 〔쌍뇽〕으로 발음해야 한다.


‘오뚜기’는 ‘오뚝이’의 잘못

가나다 전화로 가끔 들어오는 질문 중에는 “‘오뚜기’가 맞나요, ‘오뚝이’가 맞나요?” 하는 것이 있다. 물론 ‘오뚝이’가 맞다. 왜냐하면 ‘한글 맞춤법(제23항)’에 따라,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홀쭉하다’의 어근 ‘홀쭉’에 ‘-이’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명사는 ‘홀쭈기’가 아니라 ‘홀쭉이’로 적고, ‘꿀꿀거리다’의 어근 ‘꿀꿀’에 ‘-이’가 결합하여 된 명사는 ‘꿀꾸리’가 아니라 ‘꿀꿀이’로 적는다. 마찬가지로 ‘오뚝이’는 ‘오뚝하다’라는 형용사의 어근 ‘오뚝’에 ‘-이’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므로, ‘오뚝이’로 적어야 한다. 그런데 ‘홀쭉이’나 ‘꿀꿀이’같은 말은 혼동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오뚝이’만은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것은 아마도 한 식품 회사의 상표가 ‘오뚜기’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말 규범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로 말미암아 잘못 표기된 상표나 상품명들이 국어생활에 끼치는 해악은 결코 적지 않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광고를 통해 날마다 잘못된 표기를 접하게 되면, 어문 규범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은 대개 잘못된 쓰임을 바른 것인 줄 여기게 된다. 오래 전 학교에서 배운 맞춤법 규정은 잊기 쉽지만, 날마다 사서 쓰는 상품의 상표에서 본 표기 형태는 기억에 더 오래 남기 마련이다. 학교에서 ‘오뚝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을 배운 아이들이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뚜기’라는 형태를 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뚜기’를 맞는 것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상표나 상품의 잘못된 표기는 국어생활에 막대한 영향 끼쳐

따라서 상표나 상품의 이름을 지을 때에는 그것이 우리말 어문 규범에 맞는지를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오류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상표를 등록할 때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 규정에 맞는 표기 형태만을 승인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