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맞춤법

‘아’다르고‘어’다르다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 속담 중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말한다면 역시 ‘아’와 ‘어’ 다른 줄 모른다고 할 만하다.


(1) ㄱ. 오늘은 바뻐서 못 만나겠다.
      ㄴ. 철수는 좀 남어라.

(1)의 밑줄 친 부분은 ‘바빠서’, ‘남아라’로 써야 옳다. 국어에서는 ‘아’, ‘야’, ‘오’가 들어 있는 말 다음에는 ‘아’ 계열의 말이 오지만 그 외의 모음이 들어 있을 경우에는 ‘어’ 계열의 말이 오기 때문이다.

(2) ㄱ. 작아, 얇아, 좁아 / 작아서, 얇아서, 좁아서 …
      ㄴ. 적어, 뱉어, 웃어 / 적어서, 뱉어서, 웃어서 …

(2ㄱ)의 ‘작-’, ‘얇-’, ‘좁-’에는 ‘아’ 계열의 말이, (2ㄴ)의 ‘적-’, ‘뱉-’, ‘웃-’에는 ‘어’ 계열의 말이 연결된다. 이 규칙은 국어를 아는 사람이면 적용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잠그다’, ‘담그다’와 같이 ‘으’로 끝나는 말들은 혼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3) ㄱ. 수도꼭지를 꽉 잠궈라.
      ㄴ. 김치를 맛있게 담궜다.

(3)의 밑줄 친 부분은 ‘잠가라’와 ‘담갔다’로 써야 옳다. 이 둘을 잘 구분하려면 ‘으’로 끝나는 말은 그 앞의 모음에 따라 ‘아’와 ‘어’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쁘다’는 ‘쁘’ 앞에 있는 ‘바’에 따라 ‘아’가 연결되어 ‘바빠’가 되고, ‘가냘프다’는 ‘프’ 앞의 ‘냘’에 따라 ‘아’가 연결된다. ‘잠그다’, ‘담그다’ 또한 ‘그’ 앞에 있는 ‘잠’, ‘담’의 모음에 따라 ‘아’가 연결되어 ‘잠가’, ‘담가’가 된다.

바쁘다바빠(○)바뻐(×)
가냘프다가냘파(○)가냘퍼(×)
아프다아파(○)아퍼(×)
애달프다애달파(○)애달퍼(×)
잠그다잠가(○)잠궈(×)
담그다담가(○)담궈(×)

그렇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본뜨다’, ‘깔뜨다’의 경우, ‘으’로 끝나는 말이므로 앞에 있는 ‘본’의 ‘오’와 ‘깔’의 ‘아’에 따라 ‘아’가 연결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어’가 연결된다.

ㄱ. 본뜨다본떠(○)본따(×)
ㄴ. 깔뜨다깔떠(○)깔따(×)

그 까닭은 ‘본뜨다’와 ‘깔뜨다’에는 ‘뜨다’의 의미가 살아 있어서 ‘바쁘다’에 적용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뜨다’에 ‘어’가 연결되어 ‘떠’가 되듯이 ‘어’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뜨다떠, 떠서, 떴다(○)따, 따서,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