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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와 ‘몸뻬’

박용찬(朴龍燦)/국립국어연구원

우리나라의 여름은 6월 경부터 시작된다. 여름은 사람들의 옷차림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가벼운 노출의 옷차림이 주종을 이룬다. 특히 여성들의 옷차림은 유행에 따라 매년 약간씩 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들에게 있어 요즘에는 ‘나시’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글라스’를 걸치고 ‘세무’ 가죽으로 된 ‘샌달’을 신은 여성들을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시[無(なし)] → 민소매, 맨팔(옷)

올 들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나시’는 이전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널리 인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대중 가수 유賽 등을 포함한 남자 가수가 ‘나시’를 입기 시작하면서 남성들도 이러한 옷을 즐겨 입게 되었다.
여기서 ‘나시’란 원래 ‘소매가 없음’을 의미하는 일본어의 ‘소데나시[袖無(そでなし)]’의 줄임말이다. 이러한 의미의 ‘나시’가 소매가 없는 티셔츠, 블라우스를 일컫는 말로 그 의미 폭을 확대하여 쓰이게 되었다. ‘소데나시’는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집”(1995, 문화체육부)에서 이미 ‘맨팔(옷)’, ‘민소매’라는 단어와 ‘소매 없는 옷’이라는 어구로 순화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소매 없는 옷’이라는 어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소데나시’의 준말인 ‘나시’도 이와 같은 순화 결과에서 ‘민소매’와 ‘맨팔(옷)’을 쓰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은 ‘맨팔(옷)’보다 ‘민소매’가 더 널리 쓰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요즘 들어 ‘나시’와 함께 유행을 끄는 것은 ‘선글라스’와 ‘샌들’이다. 이 가운데 ‘선글라스[sunglass]’는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 ‘색안경’으로 순화하였다. 그리고 ‘샌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샌달’이라고 하지만 이는 영어 ‘sandal’의 일본어식 발음이다. ‘샌달’이 아니라 ‘샌들’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세무’ 가죽으로 된 ‘샌들’이 유행이다. ‘세무’는 염소, 양 등의 가죽에 짧은 보풀을 일게 하여 만든 가죽을 말하는 것으로 영어 ‘chamois’의 일본어식 발음이다. 따라서 영어 발음에 맞게 표기한 ‘섀미’가 옳다.

몸뻬[もんぺ] → 일바지, 왜바지

얼마 전에는 옷 로비에 대한 의혹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술렁거렸다. 이 사실에 분개한 한 시민은 옷 로비 당사자에게 보내 달라며 ‘몸뻬’ 열여덟 벌을 국무총리 앞으로 보냈다고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몸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무줄 통바지’라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면 ‘몸페’로 적어야 한다. ‘몸뻬’는 본래 일본에서 일하기 편리하도록 헐렁하게 만들어 작업복 바지로 사용한 것이었는데 한국에서도 1950년을 전후하여 크게 인기를 끌었다. ‘몸뻬’는 억척 어머니의 상징으로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며 시골이나 시장에서 여성들이 작업복으로 아직도 즐겨 입는 옷이다.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집”(1995, 문화체육부)에서는 ‘몸뻬’를 ‘일바지’ 또는 ‘왜바지’라고 순화하였다. 이 바지를 ‘일바지’라고 순화한 것은 작업복으로 널리 쓰이는 점을, ‘왜바지’라고 한 것은 이 옷이 본래 일본에서 먼저 만들어 입기 시작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