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갈매기살

조항범(趙恒範) / 충북대학교

이문(利文)이 남기로는 먹는 장사가 으뜸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늘어만 가는 것이 음식점이다. 새로 생겨난 음식점을 보면 쇠고기, 돼지고기를 파는 고깃집이 유난히 많다. 그것도 정육점을 끼고 있다. 정육점에서 신선한 고기를 직접 공급하겠다는 주인의 적극적인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고깃집에서는 고기를 불에 구워서 먹는다. 불고기같이 양념한 것을 구워서 먹기도 하고, 생고기를 직접 불판 위에서 구워 먹기도 한다.  이때 고기는 손님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쇠고기를 먹을 것인가, 돼지고기를 먹을 것인가는 물론이고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먹을 것인가까지 지정하여 주문할 수 있다. 그만큼 고깃집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부위는 아주 다양하다. ‘쇠고기’는 ‘머리’, ‘목정’, ‘업진’, ‘등심’, ‘꾸리’, ‘사태’, ‘우족’, ‘안심’, ‘채끝’, ‘갈비’, ‘양지머리’, ‘홍두깨’, ‘대접살’, ‘도가니’, ‘우둔’, ‘설낏’, ‘꼬리’ 등의 17부위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즐겨 먹는 것은 ‘등심’, ‘사태’, ‘안심’, ‘갈비’, ‘양지머리’, ‘도가니’ 등이다.
한편, ‘돼지고기’는 ‘머리’, ‘어깨살’, ‘앞다리’, ‘등심’, ‘갈비’, ‘삼겹살’, ‘방아살’, ‘뒷다리’ 등의 8부위로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것은 ‘갈비’와 ‘삼겹살’이다.

‘갈매기살’은 ‘갈매기’의 살?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고깃집에 가면 이들 여러 부위의 고기 말고도 ‘갈매기살’이라는 아주 특이한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갈매기살’이라는 고기가 고깃집에 처음 등장하자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파는 고깃집에서 웬 ‘갈매기’와 같은 새고기를 파느냐고 수군거렸다. 어떤 사람들은 ‘갈매기’도 먹는 새냐고 묻기까지 하였다.

‘갈매기살’은 바다에 날아 다니는 ‘갈매기’의 고기가 아니다. 이것은 돼지 내장의 한 부위, 즉 ‘횡격막(橫膈膜)’에 붙어 있는 고기이다. ‘횡격막’은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근육성의 막인데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면서 폐의 호흡 운동을 돕는다. 이 ‘횡격막’을 우리말로는 ‘가로막’이라고 한다.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가로막’에 붙어 있는 살을 ‘가로막살’ 또는 ‘안창고기’라고 한다. ‘가로막살’은 얇은 껍질로 뒤덮여 있는 근육질의 힘살이다. 그러니 다른 부위의 고기보다 질길 수밖에 없다. 이 고기를 기피한 이유를 알 만하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가로막살’을 모아 껍질을 벗긴 뒤 팔기 시작하였다. 그 담백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갑자기 인기가 올랐다. 그러자 ‘가로막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고깃집이 이곳 저곳에 생겨났고 급기야 집단을 이루게 되었다. 경기도 성남시 여수동 일대와 마포 등이 그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런데, ‘가로막살’을 팔면서 이 고기를 ‘가로막살’이라고 하지 않고 이상하게도 ‘갈매기살’이라고 불렀다.

가로막살’이 ‘갈매기살’로 변해

이 ‘갈매기살’이라는 명칭은 ‘가로막살’이라는 본래의 명칭에서 변형되어 나온 것이다. ‘가로막살’로부터 ‘갈매기살’까지의 변화 과정은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가로막살’이 ‘가로마기살’로 변하였을 것이다. 제3음절 ‘막’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이다. 다음으로 ‘ㅣ’모음 역행동화에 의해 ‘가로마기살’이 ‘가로매기살’로 변하였다. 이어서 ‘가로매기살’이 ‘갈매기살’로 변하였다. ‘가로매기’가 ‘갈매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단지 ‘가로매기’가 ‘갈매기’와 비슷한 음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매기’의 어원을 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것과 음이 비슷한 ‘갈매기’를 연상하여 그것과 연계해서 엉뚱하게 만들어낸 단어가 ‘갈매기살’인 것이다.

결국, 지금의 ‘갈매기살’은 ‘가로막살’이 ‘가로마기살’로 변하고 이어서 이것이 ‘가로매기살’로 변한 뒤에, ‘갈매기’와의 연상 작용을 거쳐 변형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